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 선을 넘는 '포치(破七)'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현된 적이 없다. 2015년 위안화 평가절하 사태 이후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인 개입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최근 '환율'이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비단 중국뿐 아니라 수출 이익을 위해 통화 가치를 낮추는(평가절하) 모든 나라에 상계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6.6위안 선이던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주 연고점인 6.9217위안까지 뛰었다. 이로써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가열된 이달 들어서만 2.5% 떨어졌다. 월간 낙폭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다.
클라우디오 파이런 뱅크오브아메메리카메릴린치(BofAML) 아시아 통화·금리전략 부문 공동 책임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폭탄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면 위안·달러 환율이 7.13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옵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이 1년 안에 7위안을 돌파할 가능성을 38%로 본다며, 한 달 만에 2배나 높아진 것이라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취약성도 위안화 약세 흐름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산업생산, 소매판매를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성장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의 자본통제 강화로 자본유출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중국 정부가 여느 때처럼 환율방어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 기반여건이 약화된 데 따른 위안화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리난 도이체방크 중국 담당 거시전략가는 "경상수지 적자 조짐, 경제성장 둔화, 투자 흐름 둔화 등의 리스크(위험)를 감안하면 위안화는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초고속 성장세 덕분에 한동안 고평가됐던 위안화의 가치가 이젠 어느 정도 떨어질 때가 됐다는 얘기다.
주목할 건 대형 투자은행들이 똑같이 포치 가능성을 엿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씨티그룹은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하면 2015년 위안화 평가절하 사태 때와 비슷한 파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에서는 투매 바람이, 주요국 사이에서는 자국 통화 평가절하 바람이 일면서 글로벌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본은 이달에 500억 위안(약 8조6000억원)을 넘어설 태세다. 이 여파로 상하이종합지수는 5% 넘게 추락해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BofAML은 위안화 약세가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포치가 실현돼도 중국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뒤따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BNP파리바 자산운용 부문의 치 로 중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으면 미국과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초약세가 주변국의 통화 평가절하 경쟁을 촉발하고, 미국 증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7위안'에 집착하지 않고, 시장이 주도하는 위안화 약세에 대한 인내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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