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증거, 한장씩 다 검사해 봐야'...본격 꼬투리 잡기 시작한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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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19-05-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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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 기가바이트..."모두 일일이 검토하는 건 시간 끌기" 지적

  • 재판부 “이미 많이 늦어진 재판절차, 모든 출력물 확인은 시간 많은 소비”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물들의 증거능력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 증거로 꼽히는 ‘임종헌 USB’ 출력물 등 방대한 검찰 측 증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증거조사에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31일 오전 10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64)·박병대(64) 전 대법관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증거 채택 논의 전 검찰 측이 모든 심리를 녹음해 달라는 요청을 허가했다. 검찰은 지난 1차 기일이 끝나자마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요청이 받아 들여지자 변호인 측은 곧바로 검찰이 이날 제출한 증거목록 중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 증거인 ‘임종헌 USB’ 출력물에 대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원본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입증해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주장이다. 

'임종헌 USB'는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된 핵심문서들이 포함된 것으로 수십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주장은 검찰이 제출한 '출력물'이 원본과 같은 것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말인데, 결국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문서들을 한자씩 확인하자는 주장이다. . 

검찰 측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도 관련 논의가 이뤄져 변호인들이 직접 검사실로 찾아와 대조했지만 적당히 보고 돌아갔다”며 “다시 이런 주장을 하면 지정된 기일 외 특별기일을 열어 대조 확인하던지 다시 검사실로 찾아와 출력물 이미지파일과 증거목록을 대조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당사자들끼리 법정 외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일들은 결국 법정 안에서 바뀐다”며 “다시 당사자들끼리 확인하는 방법은 반대”라고 밝혔다. 이어 “하나하나 파악하면 재판이 지연되니 변호인 측이 다음 기일에 입증해야하는 부분을 특정하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재판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 측도 “전수를 할 필요는 없고 랜덤으로 하거나 특정한 부분에 대해 입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 전까지라도 일부를 특정해 원본 파일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밝혀 검찰이 입증하게 하라”고 전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설명서에 대해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 들어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를 지난 기일에 이어 다시 지적했다.

변호인 측은 “저희도 참아왔다”며 “증거설명서에 검찰 주장이나 의견, 해설 등이 있으며 심지어 관련 되지 않은 증거를 끌어들여 증거로 필요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증거설명서로 증거조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전부 공소사실에 있는 내용을 인용해 기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결국 이래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증거 내용을 고지하는 게 증거 서류인데 증거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조사하려는 내용을 미리 설명한 것은 자격이 없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설명서를 반환했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불필요한 논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각별히 조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재판을 지켜본 법조계 관계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증거조사까지 깐깐하게 보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면서 "보기에 따라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1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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