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신한BNPP자산운용 부사장
주가지수가 다시 추락하고 있다. 얼굴빛이 어두운 펀드매니저도 그만큼 늘었다. 공들여 내놓았던 혼합형(주식+채권) 펀드 성적도 나빠졌다. 올해 들어 한때 4%를 넘었던 수익률이 이제는 2%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펀드를 산 지 얼마 안 됐다면 손실(-1.5% 안팎)을 보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주식을 더 샀다. 혼합형 펀드가 담는 주식 비중을 35%에서 40%까지 늘렸다. 아직 주식시장은 불안하다. 그래서 적극적인 주식 매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정성을 쏟아온 포트폴리오를 믿어야 한다. 물론 보유종목 미래가치가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 곧장 적용하기는 어려운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원화약세가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우리 원화가치는 주요국 화폐보다(특히 일본 엔화에 비해서) 크게 떨어져왔다. 이런 원화약세는 도리어 오아시스와 같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원화가치는 주가와 함께 추락했다. 그때도 모두가 숨가쁘게 움직이는 강아지(주가)만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았다. 반대로 주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들여다본 투자자는 큰돈을 벌었다. 원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키운 우리나라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화장품이 세계에서 더 많이 팔렸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원화약세도 마찬가지다. 여러 회사에 많은 기회를 줄 거다.
주식시장이 불안할수록 강아지보다 주인을 좇아야 한다. 실마리를 못 찾는 미·중 무역분쟁과 가파른 원화약세, 우리나라 주식 비중을 줄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는 분명히 악재다. 그렇더라도 이런 악재가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한 종목, 한 종목씩 깐깐하게 따져야 한다. 미래가치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지금 추락하고 있는 주가는 도리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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