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보아는 목통증이 며칠간 입원을 할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후라서 철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참가자 명단도 공지가 떠 ‘죄송한 마음’에 대회 출전을 강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보아는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너무 아팠지만, 기권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출전했는데 우승했다”며 “솔직히 두 번째 우승이 이렇게 빨리 찾아와 너무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김보아는 2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낚아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 김지영2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거머쥔 김보아는 10개월 만에 투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김보아는 지난 4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1m가 채 남지 않은 파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픈 기억을 딛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약 50일 전 ‘1m 악몽’이 쓴 약이 됐다. 김보아는 “그 대회 때 우승을 놓쳐 아쉽긴 했지만, 그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대를 안 했는데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을 안긴 대회였다”며 “오늘도 그때 상황과 비슷해 ‘우승 때문에 앞서 나가지 말자’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퍼트 실패 이후 오늘은 편안하게 실수를 줄이자는 마음으로 임해 경기가 잘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보아는 퍼트를 잘하는 선수다. 지난해 평균 퍼팅 2위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이 부문 10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점은 멘탈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김보아는 안 좋은 샷이 나오면 ‘이건 너 탓이 아니야’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경기 도중에는 절대 리더보드도 보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올라서야 김지영2에게 1타 차로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보아는 “마지막 순간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1번부터 18번 홀까지 동일한 상황에서 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차분함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나은 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앞두고도 “퍼트가 또 빠져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젠 내 마음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김보아는 시즌 2승이 목표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13일 개막하는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다. 한 주 휴식을 취한 뒤 이 대회에 집중할 계획. 김보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따냈다. 김보아는 “하와이 대회는 무조건 가겠다”며 “대회 코스는 안 쳐 봤지만,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많이 해 바람이 부는 환경에서 자신이 있고 익숙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