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고용시장 대거 이탈이 예고되면서 고령 노동자의 정년 이후 실직을 막기 위한 임금피크제 재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엔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부터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말 일몰을 맞아 폐지된 임금피크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도입된 적폐 제도라는 인상이 짙다. 이렇다 보니 기존 임금피크제를 다소 개선한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연평균 33만명 가깝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23만2000명이 감소하는 등 감소 폭이 올해 5만5000명의 4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더구나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한 필요성은 정부도 공감하는 눈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근 "인구대응 TF 산하 10개 작업반 중 한곳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며 정년 연장 논의에 군불을 지폈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정년 연장을 늘릴 수는 없더라도 동일한 효과를 내는 기업에는 재정·세제 지원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의 재도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임금피크제 지원금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들어 도입돼 지난해 일몰·폐지된 제도다.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에 도달하게 되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감액분을 청년 채용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추진한 고용 TF 등에 참여해 왔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운영해오다 적폐사업으로 몰려 지난해 연말까지 추진한 뒤 폐지했는데, 이런 제도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며 "여기에 임금피크제의 또 다른 형태인 퇴직자 재고용 지원금 등도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금피크제에 대한 수요예측도 다소 부정확했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 노조와의 불협화음 등도 불거졌던 만큼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진다. 정부가 초점을 두고 있는 '계속 고용' 이외에도 퇴직자에 대한 재고용(경력 단절) 지원 역시 고령 실직자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산업분야나 기업 규모별로 보다 세밀한 정책 마련도 절실하다.
더구나 현재 60세 정년 연장 역시 도입한 지 2~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인센티브 제도를 우선 도입한 뒤, 향후 경제·사회적 논의를 거쳐 65세 정년 연장을 제도화하는 등 '선(先) 정부지원 후(後) 민간 의무화' 수순이 합리적이라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인구대응 TF에서는 이번에 정년 연장안을 내놓지 않을 것이며 임금체계와 고용체계의 개편이 될 것"이라며 "계속고용의 경우, 기업마다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도를 매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에서 정년을 늘렸을 경우, 생산직보다는 사무직에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직무체계에 대한 검토와 은퇴 준비 등에 대한 대책이 인센티브 제도에 함께 반영돼야 그나마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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