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산하 해저케이블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사실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 광케이블 생산판매 기업인 헝퉁광전(亨通光電)은 3일 오전 상하이증권거래소 공시를 내고 주식 발행과 현금 지불 방식으로 화웨이기술투자유한공사(이하 화웨이투자)가 보유한 화웨이해양네트워크(이하 화웨이해양) 지분 51%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고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澎湃新聞)이 이날 보도했다.
다만 아직 정식 계약은 체결 전으로, 구체적인 거래안을 논의 중이라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도 공시는 덧붙였다.
화웨이가 화웨이해양 사업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나 구체적인 거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로 헝퉁광전 주식은 이날부터 최대 10거래일까지 거래가 중단된다.
화웨이해양은 화웨이투자와 글로벌머린시스템즈(Global Marine Systems Limited)가 2008년 1월 합자설립한 해저통신 네트워크 업체다. 글로벌머린시스템즈는 심해 케이블 설치 엔지니어링과 심해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웨이해양은 해저통신 프로젝트 관리에서부터 시행, 관련 기술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해저통신 케이블 구축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화웨이해양 지분을 매입하려는 헝퉁광전은 중국 광케이블 생산·판매회사로, 주로 해외에서 광섬유모재를 수입해 만든 광케이블 제품을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테렐콤 등 중국 국내 통신사에 판매하고 있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해저케이블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것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비록 90일간 유예기간을 주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화웨이의 글로벌 공급체인 협력에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가 미국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실 화웨이의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을 둘러싼 보안 우려는 줄곧 제기됐다. 지난 3월 월스리트저널(WSJ)은 화웨이가 글로벌 해저 광케이블 업계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은 화웨이가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에 감시 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해양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모두 90건에 달하는 해저 광케이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구축했거나 구축 중인 해저 광케이블은 모두 5만361km에 달한다. WSJ는 화웨이해양이 현재 글로벌 해저 광케이블 업계에서 미국 서브콤, 핀란드 알카텔해양네트웍스, 일본 NEC에 이어 4위에 올라 있으며, 오는 2022년까지 전 세계 구축된 해저 광케이블의 4분의 1이 화웨이해양에서 건설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한편 화웨이에 따르면 화웨이해양의 지난해 매출은 3억9400만 위안, 순익은 1억1500만 위안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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