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값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 행진 중이다. 유로와 엔을 비롯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2018년 초 89선에서 최근 98선에 근접했다. 1년 반 만에 10%가량 오른 셈이다.
미국 초당파 비영리단체인 '미국 번영을 위한 연합(CPA)'의 마이클 스투모 대표는 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에 쓴 글에서 "미국 재무부가 달러 강세를 일으킨 진정한 장본인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를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전처럼 환율조작국은 지정하지 않은 채 '관찰대상국'을 6개국에서 9개국으로 늘렸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 등 주요국의 환율 조작 혐의에 대해 경계감을 높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스투모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신문은 이날 달러 강세가 미국 국채 랠리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면서 미국 국채 가격 상승 행진을 북돋았다는 것이다.
WSJ는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일부는 투자 위험에 대한 대비(헤징)도 없이 미국 국채에 달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팀 알트 아비바인베스터스 채권·외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무역 관련 이슈의 불확실성이 오래 두드러질수록 달러도 더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지난해 4월 약 465억 달러에서 지난 3월 500억 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12월에 599억 달러까지 늘었던 게 지난 1월 511억 달러, 2월 493억 달러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달러 값 흐름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무역전쟁이 달러 강세를 촉발했고, 달러 강세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늘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1985년 당시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과 독일(당시 서독)이 엔화와 마르크화 약세에 힘입어 무역전선에서 우위를 점하자, '플라자 합의'로 반전을 이뤘다.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가 급등하는 사이 달러 약세로 사상 최대 규모였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줄기 시작했다. 이에 고무된 미국 의회는 1988년 재무부에 1년에 두 차례 환율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투모 대표는 환율보고서로 외국 중앙은행을 옥죄는 건 이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부터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유로화 등이 저평가됐고 달러는 고평가됐다는 게 기정사실인 만큼, 외국 중앙은행의 환율조작 혐의를 문제 삼기보다는 민간 자본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등 무역수지 흑자국에서 막대한 수출 수입이 국내 투자보다 저축으로 흘러들고 있는 게 진짜 문제라고 봤다. 과잉저축이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수요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투모 대표는 미국 정부에 달러 자산에 대한 외국 자본의 과도한 유입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미국발 무역전쟁에 새 전선이 생길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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