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한뒤 금리동결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압력이 줄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보이는 모습은 다르다. 미국 국채 금리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우려를 반영하는 미국 국채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은 심화했다. 최근 10년물 국채금리는 3개월물 금리보다 무려 21bp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 2007년 여름 이래로 가장 큰 폭의 역전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대표적 예측 지수로 꼽힌다. 역전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향후 경기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미 연내 2차례 금리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3일 기준으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2∼2.25%로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50%가 넘어섰다.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목소리가 상승하는 것도 금리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믹룩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국의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은 연율 3.1%(잠정치)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CNN은 2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바에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위험은 60%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3개월 전 조사 당시의 35%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의 내년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 중간값은 1.9%에 불과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면서 경기침체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연말에 비해 주가가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기대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만약 제롬 파월 의장이 지속적으로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할 경우 증시는 추가하락할 수 있다고 포렉스라이브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경기의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연이어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3일 보도했다. 지난 4월 인도,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5월엔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 등이 차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선거를 마무리 지은 인도는 지난 4월 기준금리를 6%로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는 이미 역대 최저인 1.50%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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