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 반성 촉구에…中 관영언론 "빛바랜 역사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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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6-0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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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폼페이오, 톈안먼사태 30주년 성명 발표 "진상 공개하라"

  • 대만 총통, 中 민주화 공개 촉구

  • 中 관영언론 "과거 그림자 벗어나 미래 향해 나가야"

"희생자 수를 공개하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톈안먼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라." <대만 대륙위원회>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30주년을 맞이해 해외 곳곳에서 중국을 향해 진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는 "빛 바랜 역사"일 뿐이라며 귀를 닫는 모습이다.

지난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인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 노동자, 시민들이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 지도부는 이를 폭동이라 주장하며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중국 당국은 당시 톈안먼 사태로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미국 등 서방국에서는 수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중국 당국이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톈안먼 사태 30주년 기념 성명을 발표해 중국 정부를 향해 톈안먼 사태 당시 희생자 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톈안먼 사태를 민주화 항쟁운동으로 칭하며 중국인의 '영웅적 항쟁운동'에 경의를 표했다. 또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당시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것도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톈안먼 사태)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통합돼 보다 개방되고 관대한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며 "하지만 그러한 희망은 무너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교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거론하며 중국의 인권 침해 현황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중국 정부를 향해 "이 어두운 역사 속 수많은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 당시 사망, 실종자 수를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대만도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반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3일 입장문을 발표해 "중국은 6월 4일(톈안먼)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민주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역사적 과거에 대해 조속히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이날 해외 민주인사들과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은 비록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아쉽게도 인권과 자유는 매우 많이 축소됐다"며 중국의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일축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톈안먼 사태'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 대신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에 대해) 이미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신중국 성립 70년만에 이룬 엄청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완전히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톈안먼 사태는 '반(反)혁명 폭동'으로, 당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무력으로 진압한 게 올바른 결정이었음을 재차 주장한 것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사설에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미 톈안먼 사건의 성격에 대한 결론을 내렸고, 중국 사회도 이에 대한 종합적인 정리를 마쳤다"며 "이후 이를 버리는 건 중국이 그림자에서 벗어나 논쟁을 피하고 중국인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사설은 "톈안먼 사건은 이미 빛바랜 역사적 사건이 돼버렸다"며 "오늘날 중국엔 30년 전과 같은 폭동이 갑자기 재현될 만한 정치적 조건은 없고, 지식인을 비롯한 중국 사회는 1989년보다 훨씬 성숙해 졌다"고 했다.

이어 사설은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인사, 서방정치인, 언론 등 해외에서 매년 6월 4일 전후로 이 사건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것과 관련해 "이 모든 소음은 중국 사회에 아무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한편,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통제, 검열을 하면서 중국은 '조용'하다.

중국 인터넷 상에서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六四(6월 4일)' 같은 키워드는 금기어가 됐으며,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는 음악·영상은 모두 검열 대상이 됐다. 중국 정부 감시망을 피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도 대대적으로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검열 로봇'까지 동원해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민감한 내용에 대한 검열 활동도 벌이고 있다고 앞서 외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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