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손흥민이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아버지의 열린 교육이다. 아버지 손웅정씨는 이기는 요령보다는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쳐 양발 모두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둘째는 유창한 언어소통 능력과 전술 적응력이다. 이를 통해 감독의 축구전술을 이해하면서 동료와의 매끄러운 연계를 통해 골 결정력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천재적인 재능을 발현시킨 독일과 영국의 축구인재 육성 시스템이었다.
손 선수의 성공 비결은 우리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에도 적용 가능하다. 우리는 그동안 제조업의 핵심 근간산업인 소재산업분야에서 기본기와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10여년간 ‘핵심소재원천기술’, ‘세계최고소재기술(WPM)’ 등 도전적인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핵심소재 국산화에 성공해 국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소재산업의 자립화율 제고를 통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시장 수요에 대비한 소재 확보로 세계시장을 이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산업 R&D에서도 성공적인 연구개발 이후의 사업화까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매끄러운 패스와 어스시트를 통한 골처럼 원활한 연계가 필수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이어받아 응용기술개발,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등 ‘이어달리기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사업을 상호 연계시키는 것이다. 독일의 프라운호퍼나 미국의 나사 등 해외 선진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초기 원천핵심기술을 국내연구기관 및 기업이 도입해 전체 연구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화를 조기 달성하는 ‘R&D 플러스 모델’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별칭은 ‘빅이어(Big Ear)’다. 우승컵의 양쪽 손잡이가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R&D 정책과 과감한 투자, 민·관의 연계와 융합을 통한 사업화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산업분야에서도 손흥민 선수와 같은 뛰어난 스타기업들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도 빛나는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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