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손흥민의 성공비결과 국가 R&D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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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6-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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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손흥민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도전이 끝났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빛났던 순간이 더 많았다. 축구스타들이 즐비한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전 세계 축구팬의 찬사와 환호를 이끌고 있는 손흥민은 한국 역대 축구 영웅들이 가진 기록들을 새로 쓰는 중이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다골인 12골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무대 진출 후 현재까지 총 116골을 기록해 차범근 선수가 보유 중인 총 121골의 기록도 곧 추월할 태세다.

이처럼 손흥민이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아버지의 열린 교육이다. 아버지 손웅정씨는 이기는 요령보다는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쳐 양발 모두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둘째는 유창한 언어소통 능력과 전술 적응력이다. 이를 통해 감독의 축구전술을 이해하면서 동료와의 매끄러운 연계를 통해 골 결정력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천재적인 재능을 발현시킨 독일과 영국의 축구인재 육성 시스템이었다.

손 선수의 성공 비결은 우리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에도 적용 가능하다. 우리는 그동안 제조업의 핵심 근간산업인 소재산업분야에서 기본기와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10여년간 ‘핵심소재원천기술’, ‘세계최고소재기술(WPM)’ 등 도전적인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핵심소재 국산화에 성공해 국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소재산업의 자립화율 제고를 통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시장 수요에 대비한 소재 확보로 세계시장을 이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산업 R&D에서도 성공적인 연구개발 이후의 사업화까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매끄러운 패스와 어스시트를 통한 골처럼 원활한 연계가 필수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이어받아 응용기술개발,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등 ‘이어달리기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사업을 상호 연계시키는 것이다. 독일의 프라운호퍼나 미국의 나사 등 해외 선진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초기 원천핵심기술을 국내연구기관 및 기업이 도입해 전체 연구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화를 조기 달성하는 ‘R&D 플러스 모델’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축구에서 기본기와 기초체력, 그리고 실전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제2, 제3의 손흥민 선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국가 R&D 분야에서도 혁신적·도전적 과제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핵심 연구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형 과제에서 우리 산업의 비전에 따라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혁신 선도자(first mover)’형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금년부터 새로 추진되고 있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같은 도전적 과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별칭은 ‘빅이어(Big Ear)’다. 우승컵의 양쪽 손잡이가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R&D 정책과 과감한 투자, 민·관의 연계와 융합을 통한 사업화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산업분야에서도 손흥민 선수와 같은 뛰어난 스타기업들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도 빛나는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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