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치열한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소비자 마음 속에 이미 각사 제품 이미지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주택 브랜드에 의미를 더하거나 변신을 꾀하는 추세다. 특히 GS건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자이(Xi)'의 상위 브랜드를 따로 만들지 않고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이(Xi)'가 지난 2002년 9월 론칭 이후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정비사업 위주 공급···자이 브랜드 가치 지킬 것"
그 중심에는 우무현 GS건설 건축·주택부문 사장이 있다. 우 사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요자들의 인식 속 '자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프리미엄에 걸맞게 특화설계, 평면구성, 단지 내 조경, 다양한 옵션 상품 등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어느 지역·단지를 막론하고 자이 아파트는 모두 프리미엄 아파트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1984년 GS건설에 입사한 우무현 사장은 2005년 주택영업사업담당 상무, 2014년 건축사업본부 본부장, 2015년 건축부문 대표(부사장)를 거쳐 올해 건축·주택부문 사장에 오른 업계 베테랑이다.
그는 "올해 차별화되고 안정적인 분양 포트폴리오로 목표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자이의 독자적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 속에 분양성이 양호한 도시정비사업에 물량이 몰려 있어 3년 연속 최다 분양 기록 달성이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또 총 2만748가구를 분양해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민간 건설사 최다 분양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4월 분양한 '방배그랑자이'를 시작으로 2만8000여 가구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이 주를 이룬다. 전체 공급 예정 물량의 약 75%에 달하는 2만1000여 가구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비롯된다.
우 사장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미분양 증가 등 전반적인 주택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신호와 관련해 "2014년 이후 서울·수도권, 지방을 불문하고 상당히 많은 주택이 공급됐고, 도시정비사업은 과거에 비해 시공사 선정이 줄었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 1~2인 가구 증가 등의 요인과 직주근접, 문화·예술 공간과의 접근성 등을 이유로 오래된 아파트보다 주민공동시설, 조명, 외관 등이 특화된 새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에 수주해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는 단지에 주력한다면 향후 신규 수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정책당국은 아직도 집값이 높다는 인식 하에 도심 개발을 꺼리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화 서비스 개발 및 해외 시장 다각화 검토
GS건설이 아시아, 중동,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주택사업을 적극 모색하고, ‘Sys Clein(시스클라인)’과 같은 특화 서비스를 개발한 것도 국내 주택시장 상황에 기인한다.
시스클라인은 GS건설과 자회사인 자이S&D가 공동 개발한 통합 공기청정 시스템이다. 지난 4월 서울 대치동 자이갤러리에 쇼룸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개포그랑자이, 성남고등자이를 비롯해 설치를 원하는 대부분의 자이 아파트에 적용된다.
그는 시스클라인에 대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집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며 "공기청정기 관련업체와의 경쟁이라기보다 다른 건설사와는 차별화된 GS건설만의 특화 서비스라고 여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상업 공간, 교육시설 등에도 설치가 가능한 범용성을 갖췄다"며 "최근 다른 건설사들로부터 시스템 적용 문의가 증가해 제품 개발 및 제조사로서의 공급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업의 경우 '냐베 신도시' 조성 사업이 한창인 베트남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와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에는 2011년 호찌민 타오디엔 지역에 완공한 '자이리버뷰팰리스'가 월 2000~4000달러의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며 GS건설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냐베 신도시는 현재 빌라 및 타운하우스의 사전 청약이 진행 중이며, 5년 후 1단계 전체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우 사장은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주택사업 및 기타 개발사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국내 주택사업 경험이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