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양대 노총 소속 대형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4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건설현장이 초긴장 상태다.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으로 한 달가량 건설현장 공사가 중단됐던 2년 전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총파업으로 건설현장의 조업 중단이 길어져 아파트 입주 등 건축물 준공시기를 맞추지 못할까 전전긍긍이다. 준공 시기가 지연되면 아파트 계약자나 발주업체 등에 지체 보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등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도 가뜩이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총파업으로 있던 일자리마저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노심초사다.
노조측은 이번 총파업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그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번 총파업을 두고 대형 타워크레인 노조측이 '밥그릇 싸움'을 건 것이란 시각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어들자, 대부분 노조 소속인 대형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소형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노조측의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요구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타워크레인 안전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에는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현장을 비롯해 여의도 '파크원' 건축 현장 등이 타워크레인이 멈춰서 타격을 받고 있다. 한화건설은 15개 현장 중 12개 현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장 14곳의 타워크레인 61대 중 41대가 작업을 멈춘 상태인 것으로 파악했다.
건설업계는 파업 장기화를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하면서 한 달가량 쉬었을 당시 일부 건설현장의 피해가 컸다”며 “아파트 입주기간을 못 맞추면 입주 지체 보상금을 계약자에 줘야 하는 등 수익구조에 큰 타격을 주는 비용 상승 문제가 많다”고 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임금 인상과 함께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의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은 “노조가 파악한 작년 한 해 소형타워크레인 사고 건수만 해도 10여건이 넘어가고 있으나 국토부는 사망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 사건의 원인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아예 관심 밖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인 타워크레인은 무게 3t 미만의 소형 크레인으로 조종석 없이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기계다. 타워크레인 기사가 아닌 20시간 교육을 받은 현장 인력이 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양대노총의 소형 크레인 사용금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소형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비노조원으로, 노조에 가입된 일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싸움을 걸고 있다. 소형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기 위해 안전문제를 트집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작업상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건으로, 소형크레인이냐 대형크레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소형 타워크레인이 단가도 적고 웃돈요구나 파업에 따른 차질이 없어, 건설사들이 소형을 선호한다. 소형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 건설경기까지 위축되면서 대형 노조들이 소형 크레인을 없애자고 공조한 것. 노조 가입이 안 돼, 단체활동도 못하는 소형 기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토부는 소형 크레인의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소형 장비의 규격 기준 및 조종사 자격관리, 안전장치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안전대책을 6월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한 결과, 타워크레인 중대사고(사망자수 1인 이상)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워크레인 중대사고는 발생건수(사망자)는 2016년 9건(10명)에서 2017년 6건(17명), 작년 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반이 안 좋거나 경사진 곳은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해야 한다”며 “노조가 특정 크레인만 쓰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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