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언론에 보도된 ‘700억원대 기업가의 호주 이민’ 사례는 양측의 상반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평생을 바쳐 7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일군 90대 기업가가 상속세 때문에 가업을 물려주는 것을 포기하고 캐나다 등 외국으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90대 기업가는 ‘현행 세제로는 65%가 넘는 세금으로 내야하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사업 정리하고 외국으로 나가겠다’면서 “재산을 자식에게 온전하게 물려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속세 실효세율 17%? 28%?
자산이 700억원의 기업을 물려준다면 경영권을 함께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 30%의 가치가 증가되는 것은 맞지만, 기업이 져야하는 각종 채무(임금‧퇴직금 채무포함), 감가상각, 세금·공과금 등 부채를 빼고 가업승계에 따른 공제(최대 –500억원)과 기초공제(-2억원), 인적공제(최대 -5억원), 배우자공제(최대 -30억원)을 빼고 나면 실제로 부담할 상속세는 12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세무당국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속세 과세대상 재산은 총 14조1000억원이지만 실제 납부된 상속세는 2조4299억원으로 실효세율은 17.2%에 그쳤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재산 500억원 초과구간의 경우도 각종 공제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실효세율은 33.2%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한국의 실효세율은 28.09%”라며 “특히 주로 기업 상속이 해당되는 상속세 과표 500억원 초과 구간의 실효세율은 32.3%에 이른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상속세, 부자일수록 부담 커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OECD평균의 2배이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세무당국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짜뉴스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인식이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OECD국가 가운데 가장 상속세가 높은 나라는 벨기에로 80%에 달한다. 2위는 프랑스로 60%, 4위는 일본으로 55%였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50%로 나란히 네 번째로 상속세가 높았다.
다만, 벨기에와 프랑스는 직계자손에게 가업을 물려줄 경우 세금을 대폭 깍아준다. 이 때문에 직계비속 상속을 기준으로하면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상속세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공제제도가 별로 없는 외국에 비해 각종 공제제도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상속세 실효세율은 17%수준으로 OECD 평균인 26%보다 낮은 편이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액이 높을수록 실효세율보다 명목세율에 가깝게 세금을 내게 된다”면서 “주식의 시장 거래가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대기업급 상장기업의 경우 부담률이 실제로 60%선을 넘기도 한다”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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