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채무악화 이탈리아 징계조치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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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6-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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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비니 "EU 지침 거부할 것"…최대 4조원 과징금 부과 가능성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EU의 재정 규정을 어긴 책임을 물기 위한 절차에 공식 착수함에 따라 EU와 이탈리아 정부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점증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등 EU의 재정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과다 재정적자 시정절차'(EDP)로 불리는 징계 조치를 권고했다.

EU 집행위는 작년 6월 포퓰리즘 정부 출범 이후 이탈리아가 연금 수령 연령을 다시 낮추는 등 성장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EU의 약속과는 달리 이탈리아의 채무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탈리아의 국가채무는 작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132.2%에 이른다. 이는 EU의 권고치인 60%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자, EU 내에서 그리스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세금 대폭 인하, 저소득층을 겨냥해 1인당 월 최고 780유로(약 100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 등의 재정 확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와 내년에도 국가채무가 계속 증가해 GDP의 135% 선까지 이를 것이란 게 EU의 예상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날 "이탈리아는 작년에 국가부채를 GDP의 0.3%만큼 줄이기로 했으나 오히려 0.1% 늘렸고, 경제 구조 역시 악화하고 있다"며 "EU의 규정을 어긴 이상 징계절차 착수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EU는 국가부채가 권고치를 초과하거나, GDP의 3% 이하라는 EU의 재정지출 제한을 넘어서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EU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이탈리아가 부담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만 해도 전체 교육비에 맞먹는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은 거의 멈추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향후 채무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오늘 바로 징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징계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협의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향후 협상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설득력 있는 채무 감축 방안을 제시하면 징계가 철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U는 앞으로 2주에 걸쳐 회원국을 상대로 이탈리아에 대한 EDP를 발동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징계가 최종 결정되면 이탈리아는 최대 30억 유로(약 4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U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EU의 지침을 거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비니 부총리는 강경 난민 정책을 앞세워 지난 주 유럽의회 선거에서 34%가 넘는 표를 얻으며 동맹의 압승을 견인한 뒤 "실업난 해소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서는 회원국의 재정지출을 제약하는 EU의 낡은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EU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것임을 예고했다.

포퓰리즘 연정의 또 다른 구성원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도 "이탈리아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세금 인하에 돈을 쓰길 원한다는 이유로 EU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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