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CEO열전] ④ 위기의 日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의 해법은 제4 이동통신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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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06-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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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 14년 만에 등장한 新 이동통신사 주역, 효율적 투자로 경쟁사 위협... 통신비 인하 이끌어내

오는 10월 일본에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한다. 지난 20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일본 통신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樂天)과 미키타니 히로시(みきたに ひろし) 라쿠텐 회장이 그 변화의 주역이다.

지난해 4월 일본 총무성 심의회는 라쿠텐의 이동통신사업(MNO) 참가를 허가했다. 지난 2005년 소프트뱅크가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든지 14년 만에 신규 이동통신사 허가가 난 것이다. 현재 일본의 이동통신 시장은 도코모 44.5% KDDI 29.5%, 소프트뱅크 26% 정도 비율로 삼분된 상태다(2017년 기준). 한국 이통통신 시장 상황과 대단히 유사하다. 라쿠텐의 이동통신사업 참여가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사진=라쿠텐 제공]


통신 사업 진출은 미키타니 회장의 오랜 염원이다. 그는 과거의 파트너이고 현재의 경쟁자이자 실질적 경영 롤모델인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해 사세를 키우는 것을 보고 자신과 라쿠텐도 언젠가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라쿠텐은 지난 2012년 일본의 소규모 이동통신사 'E-Access(현 Y모바일)'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검토했지만, 여러 제반 사항이 맞지 않아 포기한 바 있다. 이후 '라쿠텐 모바일'이라는 알뜰폰(MVNO) 사업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도코모의 회선을 빌려 제공하는 서비스로, '라쿠텐 슈퍼포인트' 같은 마일리지 프로그램과 라쿠텐 인터넷 은행(신용카드 포함)과 연동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약 1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일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1% 정도를 확보해 알뜰폰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여기에 주력 사업인 '라쿠텐 이치바'의 부진이 이동통신사업 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라쿠텐은 과거 일본 전자상거래 업계 1위 업체였지만, 현재는 아마존재팬에 밀려 시장점유율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라쿠텐 이치바 등이 포함된 전자상거래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3% 감소한 138억엔(약 1500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사업 참여는 정체되어 있는 회사 매출 규모를 10배 가까이 성장시킬 수 있는 반등 기회다. 미키타니 회장은 일본 내에서 제 4의 이동통신사에 관한 수요가 생기자 이통통신사업 참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9500만명 수준인 일본내 라쿠텐 서비스 가입자수와 통신비 인하 정책을 내세우며 일본 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경제지들은 미키타니 회장이 라쿠텐의 체질을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이동통신, 가상화폐 사업 등을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바꾸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제 4이동통신사 안착을 위한 미키타니 회장의 전략
 
라쿠텐의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두고 걱정의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다. 이동통신과 같은 인프라 사업은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대단히 어려운 시장이다. 통신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 기존 사업자들은 과거 구축한 통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매년 꾸준히 통신 인프라를 증설하는 사업 방식으로 자본적 지출(CAPEX)을 최소화한다. 반면 신규 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자들과 대등한 통신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자본적 지출을 크게 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도 기존 사업자가 깔아둔 통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자본적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신규 사업자인 라쿠텐은 처음부터 하나씩 쌓아올려야만 한다. 자본적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미키타니 회장과 라쿠텐이 세운 전략은 LTE(4G)와 5G를 거의 동시에 상용화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부터 소형 기지국까지 모든 네트워크 인프라에 '클라우드 네트워크(Cloud SDN)'를 도입해 LTE용으로 구축한 인프라를 바로 5G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는 LTE와 5G 장비가 별도이지만,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LTE용 장비를 바로 5G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위해 NEC, 노키아 등 통신장비 업체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MWC 2019에서 미키타니 회장은 "대형 기지국을 이용하는 기존 통신 사업자와 달리 라쿠텐은 클라우드 기반이라 인프라 구축 비용을 70~80%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내놨다. 먼저 2019년 10월 1.7Ghz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도쿄 23개 구역과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와 동시에 전국망 구축을 진행해 2020년 타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시기에 5G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주파수는 먼저 800Mhz 저대역을 이용하고 향후 28Ghz 고대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전화, 문자 등 통화 서비스는 LTE로 제공하고, 데이터 접속은 5G 망으로 제공해 경쟁사와 차이를 좁힌다는 비전을 밝혔다.
 
라쿠텐이 추산한 이동통신 사업 비용은 2025년까지 6000억엔(약 6조 5500억원) 정도다. 경쟁사는 매년 3000억~6000억엔을 투자하는 반면 라쿠텐은 연 1000억엔 정도를 투자해 사업을 진행한다. 3G 등 기존 통신장비 관련 시설 유지비가 필요하지 않고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도입해 저렴하게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미 유선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는 "라쿠텐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완벽하게 갖춘 세계 최초 이동통신사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라쿠텐의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을 허가해준 이유는 경쟁을 촉진해 '이동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내려는데 있다. 실제로 5월 초 라쿠텐의 5G 상용화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자 도코모는 기존 대비 최대 40% 저렴한 신규 이동통신 서비스를 발표했고, KDDI는 기존에 없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였다. 제4 이동통신사의 순 기능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라쿠텐의 이동통신 사업 참여를 허가하며 네 가지 조건을 걸었다. 1) 자체 네트워크망을 구축할 것 2) 통신 기술인력을 확보할 것 3) 경영 환경 변화에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 4)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타 이동통신사와 협력할 것 등이다. 5G 상용화를 위한 많은 투자를 하면서 영업이익을 내야하는 과제가 미키타니 회장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를 위해 미키타니 회장은 라쿠텐의 기존 서비스와 이동통신 사업을 연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진행 중인 작업은 핀테크 서비스인 '라쿠텐페이'를 이동통신사업과 통합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지주회사 '라쿠텐 페이먼트'를 신설하고 일본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캐시리스(Cashless)' 환경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라쿠텐 스마트폰 결제 일본 내 가맹점은 300만곳에 이른다. 이동통신사업이 본격화되면 이 수치는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이 MWC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사진=라쿠텐 제공]


◆라쿠텐은 어떤 회사?

라쿠텐은 지난 1997년 미키타니 회장이 창업했다. 지난해 매출 1조 1014억엔(약 12조원)을 기록해 1990년대 이후 설립된 일본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조엔 클럽'에 가입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자신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유학시 전공한 기업 M&A(인수·합병)를 적극 활용해 사세를 키웠다. 일본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유망한 서비스를 인수해 시장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해 라쿠텐을 7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4년 미키타니 회장은 미국 온라인 리베이트(포인트 적립) 회사인 '이베이츠(Ebates)'를 10억달러에, 인터넷 전화 및 메시징 서비스(VoIP)인 '바이버(Viber)'를 9억달러에 인수했다. 두 서비스 모두 라쿠텐 이베이츠, 라쿠텐 바이버로 이름을 바꿨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과 영국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바이닷컴(Buy.com)과 플레이닷컴(Play.com)을 인수해 라쿠텐 글로벌로 개편하기도 했다. 손정의 회장처럼 유망한 기업에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차량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이사 자리를 확보했고, GM과 손잡고 무인 택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미키타니 회장이 처음 선택한 사업은 컨설팅이었다. 과거 은행을 다니면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기업에게 경영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는 컨설팅 사업을 했다. 하지만 컨설팅 사업에 만족하지 못한 미키타니 회장은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1997년 당시 막 태동하고 있던 인터넷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하고, 라쿠텐 이치바를 시작했다. 라쿠텐은 업계의 선두주자가 아니었다. NEC, 후지쯔 등 일본 대기업이 이미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라쿠텐 같은 영세한 기업이 설자리는 없어 보였다.

미키타니 회장은 살아남기 위해 두 가지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였다. 첫 번째 전략은 저렴한 입점료다. 당시 경쟁사들은 태동기라 상품이 잘 팔리지도 않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서비스 입점료로 월 수십만엔씩 받고 있었다. 반면 미키타니 회장은 사업이 잘 되든 안되든 업체들에게 입점료를 월 5만엔만 받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전략은 발로 뛰는 것이다. 미키타니 회장을 포함한 라쿠텐의 모든 직원들이 판매자를 직접 만나 라쿠텐에 입점하라고 설득했다. 성실한 인상을 주기 위해 판매자 앞에서 별로 힘들지 않은데도 땀을 흘리는 연기를 해가며 판매자들을 찾아나섰다. 판매자들에게 점포 근처에서만 물건을 팔지 말고 라쿠텐을 통해 일본 전역에 팔아보라고 권유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서비스 2개월 만에 50곳, 반 년 만에 100곳의 판매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이후 미키타니 회장은 판매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판매 페이지를 만들 수 있도록 'RMS(Rakuten Merchant Server)'라는 도구를 만들어 보급했다. 판매자가 쉽게 점포 페이지의 디자인, 상품 구성, 가격 등을 바꿀 수 있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쇼핑은 엔터테인먼트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고객들이 판매자가 내놓은 물건에 입찰할 수 있는 온라인 옥션과 개인끼리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파는 프리마 옥션 등도 선보였다. 구매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싸지는 초기 소셜 커머스까지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마침내 라쿠텐은 대기업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누를 수 있었다. 판매자수도 1999년 1600여곳, 2000년 2400여곳을 돌파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0년 라쿠텐은 자스닥(JASDAQ, 현 일본거래소 2부)에 상장됐다. 2005년 1만 5000곳의 판매자와 4000억엔의 유통 총액을 갖춘 일본 1위의 전자상거래 업체가 되었다.
 

라쿠텐의 다양한 브랜드들.[사진=라쿠텐 홈페이지 캡처]


◆슈퍼 포인트를 중심으로한 라쿠텐 생태계... 암호화폐 '라쿠텐 코인' 발행의 원동력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라쿠텐의 미키타니 회장의 다음 목표는 사업 다각화였다. 신용카드, 금융, 포털 서비스, 여행, 증권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이러한 라쿠텐의 사업 다각화를 라쿠텐 에코시스템(생태계)이라고 표현했다.

라쿠텐 에코시스템의 핵심은 2002년 시작한 포인트 적립 제도인 '라쿠텐 슈퍼 포인트'다. 라쿠텐 이치바에서 구매한 물건 가격의 1% 정도를 라쿠텐 이치바를 포함한 라쿠텐의 전체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주는 제도다.

미키타니 회장은 이러한 라쿠텐 슈퍼 포인트를 적극 활용해 자사 금융 서비스를 성장시켰다. 2001년 아오조라 카드를 3조 5000억엔에 인수해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 이름을 라쿠텐 카드로 바꾸고 라쿠텐 카드를 이용하면 전체 이용액에서 4% 정도가 라쿠텐 슈퍼 포인트로 적립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이 라쿠텐과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2008년에는 인터넷 전문 은행인 'e뱅크'를 인수해 라쿠텐 뱅크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 설립된 e뱅크는 소액지급결제에 주력하는 바람에 적자에 시달리던 은행이었으나, 라쿠텐이 인수함으로써 상황이 달라졌다. 라쿠텐 은행에서 발급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라쿠텐 슈퍼 포인트가 적립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또한 라쿠텐 이치바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라쿠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해 매년 고객수를 9% 이상 늘려나갔다.

라쿠텐의 모든 서비스는 이용시 고객들에게 슈퍼 포인트를 제공한다. 슈퍼 포인트에 이끌린 고객들이 라쿠텐의 서비스에 점전 빠져든다. 이것이 바로 미키타니 회장이 그린 라쿠텐 슈퍼 포인트를 중심으로 하는 라쿠텐 생태계다. 지난 2018년 미키타니 회장은 라쿠텐 슈퍼 포인트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라쿠텐 서비스에서 현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라쿠텐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키타니 히로시는 어떤 인물?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은 전자상거래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키워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키타니 회장은 54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일본 7위의 부자다. 1965년 일본 간사이(관서) 지방 효고 현 고베 시에서 태어났고, 도쿄 히토쓰바시(一橋) 대학을 거쳐 일본흥업은행(현 미즈호 은행)에 입사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고, 은행 내에서 M&A 업무를 맡았다. 이때 손정의 회장 등과도 함께 일하며 교분을 쌓았다.
 
이후 안정된 삶과 익숙한 편안함에 만족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정하고 창업에 나섰다. 미키타니 회장은 당시 결정을 두고 "인생의 가장 큰 리스크는 돈과 지위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후회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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