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미세먼지 보험, 미니(소액) 암보험 등 일상생활에서 발병하기 쉬운 질환과 관련된 건강보험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생명보험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이 기존 보험상품에 비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언더라이팅 기능 제고가 필수적이다.
머신러닝(데이터를 분석해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보험 언더라이팅 플랫폼 '투비콘'과 같은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생보사의 언더라이팅도 직접 계약자를 방문해 채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화, 효율화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노정한 투비콘 대표는 "언더라이팅은 보험 손해율을 막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보험사는 심사 과정뿐 아니라 가입 후에도 손해율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더라이팅은 건강보험 계약자가 작성한 청약서상의 고지의무 내용이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인수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심사 과정이다.
노 대표는 "현재 보험사는 언더라이팅 단계에서 채혈을 통해 계약자의 상태를 보고 적부(適否)를 판단하는 진사(건강진단)를 시행하는데, 이는 단발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보험 심사단계에서 계약자의 대사 관련 질환을 검진할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는데 채혈 전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며 "진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이 같은 점 때문에 무조건 신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한 예로 보험 계약자의 최대 10년간 검진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현재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도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거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병력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생체나이 분석 앱 '모옴'을 통해 보험 계약자의 과거 투약정보, 내원기록 등 검진 데이터를 추적해 현재의 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발생하게 될 각종 질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투비콘의 생체나이 분석 앱 모옴은 국민들의 만성질환을 예방하고자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국책과제로 만들어졌다. 모옴은 보험 계약자의 20여종에 달하는 검진기록을 분석하고 당뇨, 고혈압, 뇌혈관, 관상동맥 등 4대 질환을 예측한다. 노화속도 예측, 장기별 생체나이 추이도 도출할 수 있다.
투비콘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지정대리인 및 위탁테스트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업무에 모옴 앱을 적용했다. 현재 신한생명 등이 모옴을 활용한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구축했다.
노 대표는 "모옴은 과거 검진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험 계약자에게 알려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보험 손해율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슈어테크 혁신···보험사 비용 절감, 계약자 번거로움 해소
인슈어테크 기반의 언더라이팅을 통해 보험사는 관련 비용을 최대 건당 90%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최대 5일가량 걸리던 심사 절차도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진다.
노 대표는 "보험사가 진사를 한 번 할 때 5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며 "간호사가 직접 방문 문진해 적부심사를 하는 것은 3만7000원, 보험사가 대행사를 통해 전화로 적부심사를 하는 것은 1만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표는 "보험 계약자가 병원을 방문해 피를 뽑고 분석 의뢰를 맡겨 결과가 나오는 데만 해도 약 15일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모옴을 활용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확하고 빠른 언더라이팅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데이터 위·변조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정교한 언더라이팅으로 손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 계약자 역시 언더라이팅 기능 제고로 서류심사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방문검진에 따른 번거로움도 해소할 수 있고, 모옴을 통해 고가의 생체나이 및 질환 예측 정보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건강관리도 가능하다.
노 대표는 "보험사가 디지털화되고 미니보험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디지털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며 "단발성이 아닌 정확한 언더라이팅을 통해 그 혜택이 계약자한테 돌아갈 수 있도록 보험시장의 틀을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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