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ASA, 내년부터 '우주정거장 여행상품' 판매하는 이유

왕복교통비 687억원, 숙박비 1박 4000만원

"트럼프 대통령의 ISS 예산 중단 조치 때문"

마치 할리우드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이 그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상업적 사용을 금지해왔지만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뉴욕 나스닥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민간 상업 용도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일반인들도 우주로 날아가 ISS 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ISS는 300∼400㎞ 상공에서 궤도를 도는 세계 최대 우주실험실이다. 현재로서는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미국을 주축으로, 유럽·러시아 등 15개국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NASA는 "그동안 ISS의 상업적 사용을 금지하고 우주 비행사의 영리 목적 연구 참여를 엄격히 배제해왔다"면서 "미국이 민간에 개방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르면 내년부터 개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진=Wikimedia Commons]

우주정거장 방문 비용은 절대 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프 듀잇 NASA 최고재무책임자(CF0)는 "일단 ISS에 가려면 보잉이나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유인우주선을 타야 하는데, 왕복 비용만 해도 5800만 달러(약 687억5900만원)"라고 밝혔다.

여기에 우주정거장 내의 공기와 물, 화장실 등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1인당 1박에 3만50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또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1기가당 5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일반적인 여행상품과 달리, 우주정거장 여행상품은  NASA와 계약한 민간업체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업체의 수익을 더하면 개인이 내는 비용은 더 비싸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NASA는 "1년에 두 차례, 한 번에 최대 30일까지만 방문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주정거장엔 한 번에 최대 6명까지만 머물 수 있어 1년에 최대 12명이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주정거장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NASA의 우주 비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후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NASA의 ISS 민간 개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ISS 예산 중단 조치에 따른 결정이라고 가디언이 밝혔다. 

그동안 ISS는 미국 정부로부터 매년 최대 4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 운영됐는데, 지난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2025년부터는 ISS에 들어가는 정부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 우주여행으로 NASA가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우주정거장 방문 비용이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엄청난 수준이지만 ISS 운영에 드는 비용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NASA는 1년에 ISS 운영에 연간 30억∼40억 달러를 지출한다. 하루에 800만 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민간 개방을 통해 막대한 ISS 유지비를 일부분 메우고, 벌어들인 돈을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NYT는 말했다. 

궁극적으로 NASA는 ISS를 민간이 맡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