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년이 연장될 경우 사회 전반의 퇴직이 늦어질 것으로 보여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9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입장을 밝혔다.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복지·의료·연금 부담은 늘어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년 연장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정년 60세’ 법제화를 추진한 이후(실제 실행은 300인 이상 기업 기준 2016년부터), 6~7%에 머물던 청년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며 “일자리를 물려줘야 할 사람들이 일을 더 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제 상황이 활황인 것도 아니고,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 고용 감소로 이어져 청년과 노년층 사이 일자리 갈등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2017년 ‘정년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1980~2016년 사이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수록 청년층 비중은 0.8%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 연구위원은 “경제 성장기에는 청년과 고령층 일자리가 함께 증가하지만, 성장이 지체되면 두 계층의 일자리는 대체관계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정년이 연장된다면)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가 갈 기회나 예산이 아마 없어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상당히 신중하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년 연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퇴직자 수 감소는 분명히 새로운 고용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정년제도가 산업 현장에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정착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선자 한국노총중앙연구원 부원장은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도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년 연장 적용은 사업장마다 제각각이다.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체의 경우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지만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년 이후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가 높다. 반면, 은행업종의 경우 정년이 60세여도 명예퇴직 같은 제도로 직원을 내보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기업 부담이 극심한데 정년 연장까지 시행될 경우 그 부담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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