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부터 구글까지 생산시설 脫중국 고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2500억 달러(약 295조375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나머지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도 폭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세계 최대 가전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 내 애플 제품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류 이사는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회사의 생산라인 25%는 중국 밖에 있다"고 밝혔다.
신커지 등 중국 현지 언론은 류 이사가 이날 애플로부터 생산기지를 이전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지만, 폭스콘이 조만간 애플 제품 생산기지를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서 대만 가오슝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겠다는 의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역시 네스트 온도조절기와 서버 하드웨어 생산시설을 중국 외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구글은 이전에도 미국으로 수출되는 마더보드(메인보드) 생산시설을 대만으로 이전한 바 있다. 서버 메인보드는 구글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중 하나다.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전 결정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확대와 나날이 적대적으로 변화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중국 당국이 포드와 페덱스와 같은 미국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구글의 하드웨어 생산시설 이전과 같은 기업의 이탈은 미·중 무역전쟁을 더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인상도 엑소더스에 영향…"中 시장 포기쉽지 않을 것"
관세 부과 대상이 늘면서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주중미국상공회의소의가 최근 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0%에 달하는 회사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 비해 응답비율이 10%포인트 높아졌다.
한나 앤더슨 JP모건글로벌마켓 투자전략가는 포천에 "기업들은 이미 무역전쟁 이전부터 생산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면서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이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중국이 제조업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섬유 등 저부가가치 산업들은 일찌감치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왔다.
외신들은 기업들의 중국 엑소더스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간단히 내팽개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국적 로펌인 베이커맥켄지의 존 카울리 무역법 전문가는 "많은 기업들이 본사만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기고 부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옮기면서 원산지를 세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 설문에서 35%의 회사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중국을 타깃으로 판매하는 제조업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콩 중문대 중국연구센터의 리천 교수는 포천에 "중국이 소비시장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고 있다. 그러나 무역전쟁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의 생산라인이 (여러 지역으로) 분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