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는 사이버 감시를 피해 시위 전략을 짜고 마스크, 랩, 물 등 시위 물품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한 소통수단으로 텔레그램과 같은 암호화 메시징 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디도스 공격에 이용된 IP 주소가 거의 중국에서 온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으로 우리가 겪은 모든 국가행위자 규모의 디도스 공격(초당 200~400GB의 유해 트래픽)은 (텔레그램으로 조직된) 홍콩 시위가 벌어지는 시간과 일치했다. 이번 공격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루 전 텔레그램은 "강력한" 디도스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접속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당시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 고무탄, 물대포를 쏘면서 부상자가 72명을 넘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만리방화벽'을 통해 본토에서 페이스북, 구글, 왓츠앱 등 서방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고 있지만, 1997년 중국 반환 후 '일국양제(一國兩制)' 하에 있는 홍콩은 예외다. 시위대는 그 중에서도 텔레그램, 시그널, 파이어챗 등 암호화 앱으로 정보를 교환해왔다.
홍콩중문대학교 로크만 추이 언론학 교수는 FT를 통해 "지금 이때 해킹이 발생했다는 건 무척 의심스럽다. 그런 행위로 누가 이득을 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서로 연락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텔레그램을 쓴다. 홍콩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할 때 트위터 대신 텔레그램과 온라인 포럼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위를 촉발한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홍콩 야당과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反)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중국 송환에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9일에도 1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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