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초치, 홍콩 특혜 박탈…" 홍콩 놓고 美中 '강대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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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6-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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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美대사 초치 "홍콩 문제 간섭에 강력 항의"

  • 美의회, "홍콩 '특혜' 박탈 법안 추진" 대중 압박 공세 강화

  • 시위는 '현재진행형'···16일 100만명 '검은대행진' 예고

홍콩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홍콩 정부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개정을 추진하자 홍콩에 대한 '특혜'를 박탈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주중 미국 대사 초치 등 강경한 외교수단을 동원해 반발하고 나선 것. 

◆ 中, 美대사 초치 "홍콩 문제 간섭에 강력 항의"

연일 관영매체와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홍콩 문제 관여에 불만을 제기해 온 중국은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하는 강경한 외교수단까지 동원했다. 

중국 외교부가 14일(현지시각)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해 미국의 홍콩에 대한 간섭을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보도했다.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이날 로버트 포든 주중 미국 대리대사를 초치(召見)해 "홍콩은 중국의 홍콩으로, 홍콩의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그 어떤 외부세력도 홍콩에 개입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미국이 홍콩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러 부부장은 “미국은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는 간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향후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추가 강경조치를 취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초치는 외교적으로 분쟁 사안이 있을 경우 상대국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것으로 상당한 강경 조치로 읽힌다. 이는 최근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중 시위를 미국 정부에서 지지하는 것을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 보고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의 중국 내정 간섭에 강한 불만과 반대를 표시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겅솽(耿爽)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인사들은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홍콩을 어지럽히려는 망상을 버리고 '검은 손'을 치우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변함 없다"면서 "어떤 위협도 두렵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동안 중국 관영언론들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배후로 미국 등 외부세력을 지목하며 이들이 결탁해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쏟아내왔다. 

◆ 美 "홍콩 '특혜' 박탈 법안 추진···" 대중 압박 공세 강화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송환법 개정은 중국 본토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 인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의 중국 본토 송환이 현실화하면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 홍콩 시민들이 대거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아랑곳하지 않고 송환법 개정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의회가 해마다 홍콩에 대한 고도의 자치를 재평가해 특혜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해 대중국 압박에 나선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 의원 10명은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을 제출됐다. 이 법안엔 홍콩의 자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매년 감독해 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홍콩이 미국으로부터 누리고 있는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992년 미국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미국이 비자나 사법, 무역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했다. 그런데 송환법 개정으로 홍콩 자치권이 훼손된다면 특혜를 중단할 수 있다며 중국에 경고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홍콩의 두 번째 무역파트너로, 2017년 양자간 상품 서비스교역액은 690억 달러에 달했다. 홍콩무역개발위원회에 따르면 홍콩 내 소재한 외국기업의 약 18.3% 미국기업일 정도로 미국은 홍콩과 밀접한 경제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특혜가 사라지면 사실상 홍콩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리앙증권도 보고서에서 미국이 홍콩정책법을 폐기하면 이것이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홍콩에 대한 자심감을 잃은 외국기업들이 이탈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5일 사평에서 "음흉한 미국이 새 법안으로 홍콩을 얽매려 한다"고 미국의회가 해당 법안을 추진하는 걸 강력히 비난했다. 사평은 "이는 아이(홍콩)를 이용해 부모(중국)를 위협하는 것과 같다"며 "미국은 홍콩을 중국 견제에 사용하고 싶을 뿐이며 홍콩 사람들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위는 '현재진행형'···16일 100만명 '검은대행진' 예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12일 의회인 입법회 밖 도로를 메우고 있다. 홍콩 정부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이날 2차 법안 심의를 강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위가 격화할 양상을 보이자 일단 심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홍콩서 송환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시위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16일에도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주말인 오는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계획"이라며 여기서 홍콩 경찰의 폭력진압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SCMP는 보도했다.

'검은 대행진'으로 이름 붙여진 이날 시위에서 홍콩 시민들은 오후 2시 30분 검은 옷을 입고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정부청사까지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 시위에는 홍콩 반환 후 사상 최대였던 지난 9일보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고됐다. 

일주일 전인 지난 9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집회엔 시민 103만명이 동참하며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시위로 기록됐다. 이어 입법회(의회)의 송환법 심의가 예정됐던 12일엔 입법회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수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해산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80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입법회는 당초 지난 12일 심의를 거쳐 오는 20일 법안을 표결할 방침이었으나, 결국 심의를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시위 강경진압 논란이 확산되며 홍콩 안팎에서는 송환법 개정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SCMP는 "시민의 분노에 놀란 입법회 의원들이 법안 심의를 7월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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