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엄정하고 지속가능한, 일관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김상조식 개혁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도 멀다.
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 행정집행에 불복하는 사례도 늘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역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소 후퇴한 제도 개선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상조호의 남은 1년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한 '2018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시정권고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대한 기업 소송 제기 비율은 무려 23%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공정위를 피고로 해서 제기됐거나 국가배상소송 중 공정위 소관인 사건은 158건인 것이다. 1981년 이후 최대다. 소송 접수 건수는 2014년 역대 최대인 158건을 기록한 뒤, △2015년 167건 △2016년 124건 △2017년 113건 등으로 파악됐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소송 결과가 확정된 1565건 가운데 공정위가 승소한 것은 1127건(72.0%) 수준이다. 10건 중 3건은 일부 승소하거나 패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기업의 불만으로도 평가된다. 한국경제 성장을 도맡아 왔다고 자평하는 대기업들은 경제 침체기 속에서 공정경제를 오히려 기업 혁신경영을 옭아매는 장애물로 인식하기도 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개선해 대기업 독식 시장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공정위 본래 의도가 외면받기도 한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정부안이 또다시 후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에 대한 정부안은 국회 파행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내용면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는 고발 남발에 따른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재계와 야권 반발에 부딪힌다.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 해외 계열사도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하자는 내용도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가 취약해진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공익법인 의결권 역시 총수일가 지분 합상 즉시 15% 제한하는 내용 도입을 취소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도 커진다. 신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데서도 야권과 재계는 경영권 위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공공기관 갑질 근절 대책을 비롯해 범부처 하도급 대책 마련도 숙제로 남는다. LG유플러스-CJ헬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기업결합 심사, 애플·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사건 처리 역시 공정위에 부담을 주는 과제다.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큰 틀에서 (공정경제) 제도는 거의 정비가 됐다고 보는데, 그게 미진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여건이 안 됐을뿐더러 실행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역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때 법 제도 효과도 높아지고 스스로 경쟁력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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