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은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결과를 20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상산고 죽이 기’의 시나리오라는 우려가 전북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5년마다 자사고 평가를 시행하면서 시·도에 따라 들쑥날쑥한 결정을 막기 위해 시도교육청들과 협의해 기준점수를 70점으로 하는 표준안을 정했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 표준안을 따르는데도 유독 전북교육청만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였다.
전북교육청은 5년 전 평가에 비추어 상산고에 유리한 항목은 배점을 낮춘 대신에 불리한 항목은 높였다.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과 관련한 지표도 과거에는 ‘자율결정’ 또는 ‘3% 이내’였으나 전북교육청은 예고도 없이 10% 의무선발을 평가기준으로 적용했다.
평가의 핵심이고 상산고에 유리한 법인 전입금이나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 관련 지표의 배점은 낮췄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가혹한 평가방법의 정점에는 김승환 교육감이 있다. 김 교육감은 지역사회에서 소통이 안되는 독불장군이라는 말을 듣는다.
2023년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 잼버리 대회에는 168개국 청소년 약 5만명이 참가해 야영을 한다. 전북도는 이 대회를 위해 공항 건설, 고속도로 연결 공사를 하면서 거도적(擧道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잼버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도내 기관장들에게 스카우트 가입을 권유했는데 김 교육감의 경우 거부감을 드러내며 단칼에 거절하더라”고 전했다. 전북의 한 기관장은 “김 교육감은 전북출신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다른 기관장들과도 소통을 안한다”고 말했다.
전북 교육청은 몇해 전부터 삼성그룹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장학금을 주고 대학생을 선발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학습지도를 하는 삼성드림클래스를 거부했다. 김 교육감은 도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취직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도 있다. 삼성이 성실한 납세와 투명한 기업회계를 않고 있다는 이유다. 전북 도의회에서는 반(反)재벌적 시민운동을 한 김 교육감의 사적인 철학이 대학생과 중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데 대한 반론이 거세지만 김 교육감은 ‘나홀로 정의’의 행진을 멈추지 않는다.
김 교육감은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은행원 대학교수를 거쳐 교육감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익산 중앙초등학교를 나와 주산 특기 장학생으로 광주 동성중, 광주상고를 졸업했다. 상고 졸업 후 은행에 들어가 건국대 행정학과(야간)를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다녔다. 고려대 법대에서 석사 박사를 했다. 전북대 법학과 교수가 된 후로 시민단체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지방TV 시사토론의 사회를 맡아 얼굴을 알리고 교육감 3선 신화를 만들었다.
그가 광주일고 광주고 같은 명문고가 있는 도시에서 상고를 다니고, 전주에서 대학교수를 하면서 명문 전주고 남성고 출신들에게 치이는 경험을 한 것이 그의 고교관(高校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주변에서 나온다.
자사고는 사학의 다양화 특성화와 함께 평준화로 손상을 입는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다. 김 전 대통령도 진보적이고 최종학력이 목포상고지만 김 교육감과는 사고의 차원이 달랐다. 자사고에 정부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 여유분으로 부족한 공립학교 재정을 충당하려는 김 전 대통령의 뜻도 있었다. 정부가 자사고에 재정지원을 안 하면서 전체 42개 자사고에서 매년 2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한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이번 평가에서 아무리 점수를 깎더라도 70점대에 진입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불리한 항목 때문에 80점을 못 넘길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전국적으로 보면 70점 맞은 학교는 합격이고, 79점 학교는 탈락하는 형평에 어그러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사고의 지정 취소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규정이 생긴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을 교육부 장관이 통제함으로써 자사고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자사고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고 보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김 교육감의 결정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상산고가 소송을 내면 최종 판가름은 법정에서 날 수밖에 없다. 상산고는 최근 자사고 탈락자가 자기 지역의 평준화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도록 한 조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법리(法理)로는 상산고가 유리하지만 판결이 나기까지 교사 학생 학부모의 혼란과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유 부총리가 전북교육청의 손을 들어줘서는 안될 것이다.
밀리언 셀러인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이사장은 17년 전 상산고를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한 후에 사재 462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기간 학생들이 낸 전체 등록금의 73%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상산고는 ‘수학 특성화고교’ 같은 특색을 지니고 있다. 수학교사 중에 국내외 수학박사 학위 소지자가 5명이나 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학원에 외국 국적자의 입학을 억제하면서도 STEM 전공자는 예외로 했다. STEM은 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의 두문자(頭文字)를 딴 신조어다.
김 교육감의 행정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 교육감이 대통령 공약을 앞장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 교육부장관으로 발탁되거나 2022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도 나돈다.
전북에 공장을 세우려는 대기업들이 전주에 임직원 자녀들이 다닐 좋은 학교가 없다고 꺼려할 때마다 전북도는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이사장이 세운 학교가 전주에 있다며 상산고를 기업유치 홍보에 활용했다.
전주 혁신도시에 들어오는 공기업 임직원들도 상산고 쿼터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상산고는 지역쿼터(선발정원의 20%)를 늘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채수일 전 전북 부지사는 “전라북도가 전국에 내세울 만한 게 없는데 상산고는 전북의 자랑”이라며 “상식에 어그러진 교육감의 독단에 상산고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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