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주류기업 중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기존 제품은 옛날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선보여 대박을 내는가 하면, 5년을 투자한 신제품 ‘테라’는 부진했던 맥주 사업 부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주력 제품 3총사 ‘진로’와 ‘필라이트’ 테라는 특히 20~30대 젊은 소비자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로는 지난 4월 25일 출시한 소주 신제품이다. 1924년 선보였던 국내 원조 소주 진로를 재해석해 내놓았다. 출고가는 ‘참이슬후레쉬’와 같다. 360㎖ 한가지로 나왔으며, 유흥채널과 가정, 대형매장을 통해 판매 중이다. 알코올 도수는 16,9도로 ‘참이슬후레쉬’ 17도보다는 0.1도 낮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7일 1980년대 주점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현한 진로의 팝업주점 '두꺼비집'을 열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진로의 뉴트로(New-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콘셉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20대 젊은 세대에겐 복고적 감성의 색다른 재미를 제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한다.
두꺼비집은 오는 30일까지 포차어게인 강남점과 홍대점 2곳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 소주 신제품은 대체로 저도주 추세에 부합하는 제품들”이라며 “젊은 연령층 그리고 영남권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첫 발포주 필라이트는 2017년 4월 25일 출시했다. 당시 ‘12캔에 1만원’이란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2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학교 OT나 MT 등 주류를 대량 구매할 때는 물론 회사에서 워크숍을 갈 때, 집이나 공원에서 친구들과 즐기기 등에 적합하다는 이유다. 필라이트는 출시 4개월여 만에 5000만 캔이 팔렸는데, 이 같은 판매량을 가정용 유통망(대형마트·편의점·슈퍼)으로만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기에 힘입어 하이트진로는 2018년 4월 필라이트 후속작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했다. 2018년 필라이트 판매량은 2017년 대비 128% 증가하며 맥주 시장 내 발포주 비중을 주도적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수입맥주를 제외한 한국 맥주 시장 내 필라이트 점유율은 7%로 추산된다. 한 연구원은 “경쟁사의 유사 제품 출시 영향은 극도로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 필라이트 제품군 확장을 통해 가정용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테라는 올해 3월 21일 시장에 나온 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이다. 하이트진로가 새로운 맥주를 내놓은 것은 무려 9년 만이다. 테라 단일 브랜드로 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상 점유율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테라는 출시 초기 이미 공급 부족 사태를 겪기도 했다. 당초 강원 공장에서 생산했다가, 50일 만에 시장에서 물량이 바닥나면서 현재는 전주 공장에서도 동시 생산 중이다. 현재 테라 생산량의 약 80%를 강원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우선 기존 맥주와 차별화한 녹색병을 사용해 소비자 시선을 끌었다. 미션에 성공하면 테라 한 짝을 주고 ‘대한민국 주당으로 인정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등 재미있는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도 주효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통해 SNS 등에서는 제품 인증사진 등 관련 게시글이 1만건 이상 넘게 검색될 정도다. 모델 공유의 광고 영상 역시 공개 한달 만에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테라는 지난 5월31일 기준 누적 판매 200만 상자, 약 6000만 병을 돌파했다. 앞서 출시 40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해 국내 맥주 신제품 가운데 출시 초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하며,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만 상자 판매를 달성하는 데에 걸린 기간은 이전 100만 상자 판매 달성 기간보다 약 일주일 빠르다. 테라 판매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하이트진로는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테라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출시 보름 만에 전체 판매 목표를 조정하고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렸다. 생맥주 등의 제품군의 출시 일정도 연기했다.
출시 40일 만에 100만 상자를 돌파한 테라는 하이트·맥스·드라이d 등 기존 하이트진로 맥주들의 첫 달 판매량이 20~30만 상자 수준임을 감안하면 3~4배 수준에 달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지난 3월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모든 직원이 신제품 성공을 위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최선의 각오를 다하겠다”며 “하이트진로의 저력을 반드시 증명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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