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시위 격화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위협 등 '내우외환'에도 무역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7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이론지인 '구시(求是)'는 전날 '본질을 이해하고 대세를 명확히 파악해 끝까지 싸우자'라는 제목의 '문장'을 발표했다.
1만2000여자에 달하는 장문으로, 미·중 정상 간 회동을 열흘가량 앞둔 시점이라 무역전쟁에 대한 중국의 최종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시가 발표한 문장은 무역전쟁의 핵심 이슈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장은 "미·중 무역 관계는 '제로섬 게임'인가.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패권주의적 사고"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공평한 무역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결코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추구하는 첨단기술 패권은 중국이 혁신 기술의 선두 그룹에 서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영원히 미국의 독점적 자본에 착취를 당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문장은 "무역전쟁은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고 경제 번영을 가져올 수단이 될 수 있는가"라며 "20세기 초 대공황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경제 블록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장은 미국의 극한 압박이 중국에 통할 것인지 자문한 뒤 "미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고 주판을 잘못 튕겼다"며 "중국은 갈수록 강대해지는 대국이며 아무나 유린할 수 있는 어린 양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의 전망에 대해서는 "양측이 상호 존중과 평등의 원칙 하에 공동의 이익을 달성하는 협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성의는 한결같지만 원칙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무역전쟁의 향방은 물론 자신의 장기 집권 여부를 가를 갈림길에 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그동안 관세를 매기지 않던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작업을 추진하며 대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도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의 위협 카드를 선보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수백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폐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내적 동요도 심화하고 있다.
시 주석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낄 법하지만, 결국 정면 돌파가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최고 권위의 선전 수단으로 꼽히는 공산당 이론지 구시를 통해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내우외환에 둘러싸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물러설 경우 집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오사카 담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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