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조세 국제 경쟁력 지수 현황’ 보고서를 내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조세경쟁력 29위였던 미국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내리고 다국적 기업 세부담을 낮췄다. 이후 2018년 법인과세 부분에서 15계단이 올랐고 총지수 순위도 25위로 올랐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2위에서 17위로 떨어졌다. 2017년 법인과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경연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도 비판하고 있다. 13일에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포함한 기금운용을 민간에 위탁하고 자문의 정확성・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과 5월에도 주요 5개국 연기금(한국・일본・캐나다・미국・네덜란드)은 물론 OECD 가운데서도 연기금 운용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맡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독립성 확보와 의결권 행사 제한을 촉구했다.
최근 부각되는 대정부 비판은 전경련의 대내외적 환경을 보여준다. 우선 이익단체가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정부 일변도를 걷는다는 발상은 불가능하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찬밥’으로 불린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한 축인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주도 전력이 위상을 끌어내렸다. 이 영향으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은 2017년 전경련을 탈퇴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을 끌어내린 사건으로 탈퇴했던 회원사의 재가입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 이후 전경련은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과 청와대 신년회 등에서 제외돼 왔다.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경련은 지난해 회원사 307곳을 방문하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회원사 임원에게 산업 정책 정보를 직접 주는 밀착형 서비스도 진행했다. 전경련은 그 어느 때보다 회원사를 결속하고 이익단체 목소리를 충실히 내야 한다.
정부 기조에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해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한반도 정세가 부담이다. 전경련은 지난해 4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 정상화 여건 조성 추진 계획으로 민간 협의체 구성과 기업별 인턴십 프로그램 검토, 미국・일본・중국・EU 경제계와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정제유 불법 환적 문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촉구한 비핵화 대화에도 나서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에 맞춰 분위기를 타야 하는 전경련으로서는 당장 정부 기조와 어울리는 그림을 연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경제 5단체는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묶여 불렸다. 경제단체 중에서도 대표 선수로 불리던 전경련은 이제 정부 눈총이 부담스러운 다른 단체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경련은 주특기인 민간외교 강화에 묵묵히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열린 벨기에 국왕 초청 국빈 만찬이다. 당시 전경련이 벨기에경제인연합회와 공동 개최한 비즈니스포럼은 필립 벨기에 국왕 일정에도 포함됐다. 허창수 GS 회장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대된 배경이다.
지난 10~12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9 SelectUSA 투자 서밋’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통상 현안에 대응했다. 이번 서밋은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투자 유치 행사다. 롯데케미칼USA·한화USA·현대제철, 김앤장 등 6개 기업이 포함된 사절단은 미국 상무부 관료들을 만나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쿼터 품목 예외 확대와 자동차 추가관세 면제 등을 요청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그저 묵묵히 노력할 뿐 딱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따라가려는 의도로 활동하지는 않는다"며 "국가 경제에 필요하다는 판단이 드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일 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