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표적인 건축 및 마천루 도시는 다름 아닌 '시카고'다. 대형 화재 이후 지어진 건물들은 시대별로 양식이 다르다. 특히 인구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건물은 점점 높아졌다. 토지 활용도 또는 개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고층 건물 숲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뉴욕도 마찬가지다. 마천루는 중력을 거슬러 하늘에 닿고 싶은 인류의 오랜 심리가 반영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이윤 창출이 그 목적에 더 어울린다.
이는 특정 입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다. 해외 방문 중 만난 한 관계자는 "모두 같은 위치(또는 상권)에 살고 싶어 하면 건물을 높이 올려 서로 다른 층에 다같이 살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논리지만,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조망권을 중시하고, 역사적 건물이 많아 대체로 건물 높이가 낮은 유럽이라고 해서 고층 건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프랑스 서부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지구만 해도 '마중가 타워'(194m) 등이 세워져 있다. 도시재생(재개발)이 이뤄진 지역으로, 필요에 따라서는 고층 건물을 충분히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사익 추구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사람의 문제다. 한 도시가 품고 있는 인구 수, 그들이 누리는 인프라와 생활여건, 거기서 느끼는 만족도 등이 핵심이다. 정책적·실리적 판단에 따라 층수를 규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급부는 무엇인가. 기존 입주자뿐만 아니라 해당 입지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은 다른 무엇으로부터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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