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헌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총장은 19일 "한반도가 갖고 있는 외교적 자산은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서 잃어버렸던 한국만의 전략적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S타워에 위치한 한중일 3국협력사무국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협력이 복원되면 우리의 외교적 위상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TCS는 3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2011년 출범한 국제기구로,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다. 3국에서 돌아가며 2년씩 총장을 맡고 있다. 1988년 외시 22회로 외교부에 입부해 조약과장 등을 지낸 이 총장은 4대 총장으로 지난 2017년 8월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전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취해야 할 전략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던 전략적 가치를 복원시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한국이 지역 내 내재된 여러 문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 등을 통해서 한반도의 위치를 복원해야 한다. 냉전 체제에서는 한국은 대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섬이 된다.
남북 협력이 복원되면 우리는 대륙으로 가는 길이 열리고 북한은 해양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우리(한반도)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없는 가치를 만들긴 어렵기 때문에 '좋은 외교'를 통해서 (기존의 가치를)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
Q: 미·중 무역갈등, 북·미 협상 등 국제 정세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한중일 3국 협력이 갖는 의미는.
A: 미·중 무역갈등, 한반도 급변 안보환경 등 그야말로 도전적 요소가 많다. 이는 한 요소일 뿐이고 그 외에도 글로벌 시각에서 더 큰 도전이 겹쳐오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세계화)에서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 세계화 쇠퇴)로 흐름이 변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 다자주의의 퇴조 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한중일 같은 '열린 소다자주의'의 전략적 중요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다니면서 그런 현상을 피부로 느낀다.
슈퍼 파워인 미국과 중국도 혼자 힘으로는 글로벌 체인지를 바꾸기 힘들다는 데에 공통적인 인식을 갖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주어진 과제를 극복해나가는 데 협력해야 한다. 인근 국가 간에 실용적 차원에서 실질 협력을 이뤄야 한다.
또 자국이 가진 제도적 문제점을 주변 국가와 함께 소다자주의 협력으로 바꾸는 게 '베스트 거버넌스' 라고 생각한다. 외교적인 공통 인식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세계적 추세가 왔다. 여기서 한중일 협력이 많은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Q: 3국 협력의 필요성과 보완해야 할 점은.
A: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한일-한중은 상이한 전략적 시각과 역사적 갈등, 국민들 간의 인식으로 인한 양자 갈등을 갖고 있다. 이는 3국의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오히려 3국 협력을 지역 협력 차원에서 지속할 경우 역으로 양자 갈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한중일 협력은 특정 분야뿐 아니라 예민한 부분에서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타결점을 찾기가 힘들다. 3국이 모두 전통 강세를 가진 제조업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4차 산업 분야에서의 서비스 등 협력 비교우위적인 걸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서로에 대한 인식이 불필요한 오해나 과장된 요소가 너무 많다. 국제정치 세력 균형이나 국제정치 요소보다도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나 경계심, 안보 딜레마가 크게 적용된다.
3국 협력은 정치적 비전이다. 각국의 국제정치 담당 싱크탱크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한 차원 높은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절실하다. (3국 협력이) 공공외교의 중심요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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