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의 한 직원은 웃으며 이 같이 말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돈이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화폐는 발권기관인 한국은행을 거쳐 시중에 공급된다.
2009년 6월23일 세상에 처음 나온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앞두고 지난 18일 경산의 화폐본부를 찾았다.
출입 자체가 까다로웠다. 기자단은 취재를 허가받은 상태였지만 정문에 들어서기 전 신원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작성해야 했다. 화폐본부가 청와대만큼 중요한 '가급' 보안 국가기간시설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카메라엔 보안 스티커를 부착했다.
5만원권은 '지폐(紙幣)'로 불리지만 100% 섬유로 만들어 진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제지공지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덕분에 물 속에서도 찢어지지 않고 말려서 사용 가능하다.
5만원권은 △신사임당 초상화와 액면가를 제외한 밑그림을 그리는 '평판 인쇄' △액면금액을 인쇄하는 '스크린 인쇄' △지폐 왼편에 태극마크·대한민국전도·액면숫자가 세로로 부착되는 '홀로그램 부착' △뒷면의 사물·풍경을 그리는 '요판인쇄(뒤)' △인물초상·금액을 입력하는 '요판인쇄(앞)' △색상번짐 등 불량품을 걸러내는 '기계검사' △지폐 고유의 기호 및 번호가 찍히는 '활판인쇄' △생산된 전지를 지폐 낱장으로 자르고 포장하는 '단재 및 포장' 등 총 8개 공정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우리가 손에 쥐는 5만원권의 모양은 8번째 단계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 7번째 공정까진 전지 1장 단위로 생산된다. 전지 1장엔 5만원권 28장(140만원)이 들어간다. 각 단계마다 색을 입히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총 40여일이 소요된다.
각 단계에선 위조방지를 위한 장치도 부착한다. 총 22개 장치가 있지만, 일반인이 식별 가능한 것은 12개뿐이다. 나머지 10개 중 4개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식별할 수 있으며, 6개는 조폐공사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이른바 '관봉'이라 불리는 5억원어치의 5만원권 뭉치를 들어보니 묵직했다. 5만원권 100장(500만원)을 띠로 두르고, 10개(5000만원)로 쌓아 2열 횡대로 10개(5억원)를 모으니 10kg 정도가 됐다. 집 한채 값이 품안에 들어왔지만, 이내 내려놔야 했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국민 퍼스트(First), 품질 베스트(Best)'를 경영방침으로 삼아 완벽한 품직의 무결점 제품 생산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화폐 품질은 세계 여느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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