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10곳 중 3곳은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이 비중은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지난해 32.1%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2010년 26.9%를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34%)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조선(54.9%), 자동차(37.8%), 숙박음식(57.7%), 부동산(42.7%) 등에서 높았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4%, 3년 연속 1 미만 기업 비중은 14.1%로 전년 대비 각각 1.4% 포인트, 0.4% 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한 것은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진 반면 차입비용은 올랐기 때문이다.
한은 민좌홍 금융안정국장은 "작년 들어 수익성이 저하되고 차입비용이 오르면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수익성 악화가 주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경영여건이 악화할 경우, 특히 무역분쟁이 심해져 기업 매출에 전방위적 타격이 가해질 경우(매출액 3% 감소, 주력 수출업종 6% 감소)를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5.9인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5.1로 더 낮아졌다. 대기업은 7.5에서 6.6으로, 중소기업은 2.5에서 2.2로 각각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32.1%에서 37.5%로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의 비중은 32.1%에서 38.6%로 증가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기업 신용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자본을 확충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수출업종 기업의 경우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영상황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역분쟁이 지속돼 경기 둔화가 '최악의 경우'로 치달을 경우 집값이 15.6% 급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은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을 바탕으로 미중 사이의 무역분쟁이 심화되면 △세계·국내 GDP가 매년 각각 2.0%, 3.3% 감소하고 △이에 따라 국내 주택가격도 2020년 말까지 15.6%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같은 주택가격 하락폭은 한은이 현재의 거시금융환경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미래 주택가격의 최대 하락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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