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말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뒤로한 채 떠나는 앤디의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에 어떤 자국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앤디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도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은 '토이 스토리'가 9년 만에 돌아온다고 했을 때, 관객들이 의아해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 기대, 설렘, 의아함 등 한 편의 영화 제작 소식에 여러 가지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지난 13일 '토이 스토리4'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고 모든 의혹은 말끔하게 해소됐다. 역시는 역시, '토이 스토리'는 '토이 스토리'였으며, '픽사'는 '픽사'였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토이 스토리'는 또 한 번, 관객들에게 깊은 자국을 남길 거라고.
'토이 스토리4'는 '우디'의 새 주인 '보니'가 새 장난감 '포키'를 만들며 시작된다.
유치원에 입학한 내성적인 소녀 '보니'는 미술시간, 연필꽂이인 '포키'를 만들며 활기를 찾는다. '우디'는 '보니'에게 '포키'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지만, '포키'는 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르며 다른 장난감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한다.
그러던 중, '포키'는 캠핑카에서 뛰어내려 행방불명되고 '우디'는 '보니'를 걱정해 '포키'를 찾아 나서기에 이른다. 길 위에 나선 '우디'는 우연히 오랜 친구 '보핍'과 만나고, 주인 없이 자유의 몸이 된 그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토이 스토리'는 여전히 독창적이고 영리한 스토리와 구성,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결말까지 완벽하고 촘촘해서 마치 '1편부터 계획해놓았던 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보핍의 부재(3편)와 재등장(4편)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이러한 의혹을 떨칠 수 없었으나, 아쉽게도 "디즈니·픽사의 빅픽쳐까지는 아니었다"고. 그만큼 이야기의 짜임새나 구성이 촘촘하고 매끄럽다는 이야기다.
시대의 영향일까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들도 여러 가지 변화를 맞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보핍 캐릭터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 위에서 생활하게 된 보핍은 분홍색 치마를 벗어 던지고 어린 양들과 함께 RC카를 몰고 다니며 자유를 만끽한다. 거칠고 생활력이 강하며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라고 외치는 보핍은 그간 '토이 스토리'가 그려온 장난감 혹은 여성상과는 다른 모습. '겨울왕국' '알라딘' 등을 통해 조금씩 능동적인 여성을 표현해온 디즈니·픽사는 '토이 스토리'를 통해 더욱 자연스럽게 캐릭터 변화를 꾀했다.
우디 또한 마찬가지다. 영원한 파트너인 우디도 이번 작품을 통해 여러 차례 성장한다. 앤디와 깊은 유대감을 가졌던 우디는 좀체 보니에게 좀체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보핍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우디의 서사와 심리 묘사는 전작들을 관통, 4편까지 완벽하게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디와 보핍의 활약이 두드러진 만큼 버즈, 제시의 비중은 적다. 우디와 버즈의 우정 이야기를 기대한 팬들이라면 이번 '토이 스토리4'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법하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도 눈에 띈다. 핸드메이드 장난감 포키, 라이더 듀크 카붐, 만담 콤비 더키&버니, 불량 소녀 개비개비까지. 언제나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관객들을 홀렸던 디즈니·픽사인 만큼 '토이 스토리4'도 기대해볼 만하다.
친숙하고 친숙하고 안락한 방안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난 우디와 친구들의 모습은 제대로 '볼거리'를 선물할 예정. 더욱 커진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액션 신도 자신만만한 대목이라고. 화려한 카니발과 골동품 상점 등을 디즈니·픽사만의 시각으로 풀어내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기괴하며 또 때로는 낯설고 흥미롭게 한다. '토이 스토리' 풍광을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시리즈 전편 시나리오에 참여한 앤드류 스탠든은 물론 배우 톰 행크스(우디 역), 팀 알렌(버즈 역), 애니 파츠(보핍 역), 조안 쿠삭(제시 역) 등 성우진과 스태프들까지. 무려 25년을 함께한 제작진들이 똘똘 뭉쳐 내놓은 '토이 스토리'는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0분, 전체관람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