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범한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국내 금융권의 대표적인 메기로 인식돼 왔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굴지의 강자인 KT와 카카오가 기존 금융업권에서 찾기 어려웠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현실화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또 지점을 설치하지 않아 비용을 줄이고, 이를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는 두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
출범 초기 인터넷은행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수 430만명을 기록하며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대부분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간단하게 모임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2년 만에 인터넷은행을 보는 금융·산업계의 시각이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제3·4 인터넷은행을 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이 되고 싶다고 찾아온 기업은 서류 미비로 반려된 곳을 포함해 3곳에 불과했다.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유력한 ICT 기업은 애초에 금융위원회의 설명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공개한 인터넷은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심사 배점이 가장 높은 상위 3개 항목 중 하나가 '포용성'이다. ICT 기업이 금융권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금리 대출 등 금융당국이 원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이미 설립된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도 이 같은 중금리 대출에 신경을 쏟느라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100% 비대면 영업이라는 특성을 제외하고서는 시중은행과 차별점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메기 역할도 기대에 미지치 못했다. 두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의 전반적인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거기서 그친다는 평가다.
오히려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예대마진을 줄이기 어렵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예대금리차는 1.98%포인트와 2.26%포인트로 4대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생 금융사에 돈 안되는 중금리 대출 등을 주문하는 금융당국을 바라보면 누가 인터넷은행을 하고 싶겠나"라며 "지금 같은 상태라면 인터넷은행이 메기 역할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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