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을 비롯한 주택 시장 전반에 걸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강남권 재건축 상승세는 같은 지역 내 일반아파트를 월등히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재건축 가격 반등이 저가 매물 소진에 따른 것이라며 현상 파악에 주력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 반면,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주택 시장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며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원인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0.02%로 34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지난 10일 이후 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송파구는 지난주 보합세에서 이번 주 0.01% 상승세로 돌아섰고, 서초구는 -0.02%에서 금주 보합세로 전환됐다. 모두 재건축 아파트 매수세 확대가 전체 가격 상승 움직임으로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4% 상승했으나, 일반아파트는 같은 기간 0.04% 오르는데 그쳤다. 재건축 상승률이 일반아파트의 4배에 가깝다.
다만 이는 강남 재건축이 0.28%, 일반아파트가 0.03%를 기록해 재건축 상승률이 일반아파트의 10배 수준이었던 전 주인 14일에 비하면, 주택 간 상승폭 간극 자체는 많이 좁아진 것이다. 21일 기준 재건축 상승폭이 14일 기준의 절반으로 둔화한 탓이 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강남구에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저가 매물이 모두 소진된 상태로 거래가 꾸준히 오르며 가격이 올랐다"며 '또 대치동 '우·선·미(개포우성·선경·미도)', 청담동 '삼익' 등도 매수 문의가 증가하며 호가 위주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송파구의 경우 단연 '잠실주공5단지'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잠실주공이 전고점에 근접하다보니 일반아파트도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지역 내 대부분 단지는 호가 상승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실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역시 "강남권 반등세는 일부 저가 재건축 매물 소진에 따른 것"이라며 "상승세가 대세로 굳혀질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재건축 상승세가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원인 파악은 조금씩 달랐지만, 재건축이 강남 주택 시장의 선행 지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상승세는 간과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강남권은 입성하고자 하는 대기 수요는 많은 반면, 현재 신규 공급 활로가 사실상 막힌 상태"라며 "최근 정부 규제 강화로 주택 시장 양극화가 심화됐고 저점 인식 확대가 맞물리면서, 투자재인 재건축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심리적 요인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저가 매물이 소진되기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정부의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시점과 맞물린다. 3기 신도시 조성이 오히려 서울 강남권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고히 한 측면이 있다"며 "게다가 재건축 저가 매물이 시중에 풀리면서 현금 부자들의 유입을 촉진한 점도 최근 재건축 시장 반등 요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전체를 관통하는 개발호재 효과가 시장 상황에 민감한 재건축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다 보니 이에 따른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심화돼 재건축 가치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으로 풀이 된다"며 "재건축은 실수요보다 투자수요의 관심이 더 높은 상품이다. 같은 호재에도 재건축이 일반아파트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가격에 선 반영된 측면은 있지만 최근 국토부의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지정, 하반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등 호재가 이어지는 점도 재건축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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