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미군은 20일 이란군의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를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명령했다가 막판 작전 개시를 취소한 날이었다.
AP통신은 이번 사이버 공격이 유조선 피격과 드론 격추 등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 대응 차원으로 준비된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는 승인을 내렸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공격은 이달 오만 해상에서의 유조선 피격 사건 배후로 지목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시스템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IRGC를 테러그룹으로 지정한 상태다.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긴장 속에서 온라인에서는 이미 교전이 시작된 모양새다. 앞서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들은 최근 이란이 미국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에 '스피어피싱' 메일을 보내 전산망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피어피싱'이란 지인이나 거래처를 사칭하는 이메일로 악성코드 파일을 열게 하는 사이버 공격이다.
존 헐트퀴스트 파이어아이 정보분석 디렉터는 "양측이 필사적으로 상대의 생각을 알아내려 하고 있다"면서 "이란은 앞으로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최대 압박'을 이어가면서 이란을 새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지만, 이란은 저항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 해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잇따른 유조선 피격 사건도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보고 있다. 이란이 19일 미군 무인기를 격추하자 미군은 이란에 공습을 준비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10분 전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무력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