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 가운데 올해 새로운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인 곳은 한 곳도 없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7년 카드사 등 2금융권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7%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는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서 대출 영업까지 축소되면 생존 위협이 심해진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실적은 미미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 가운데 중금리 상품을 선보인 곳은 신한·삼성·KB국민·우리·롯데 등 5곳인데, 이들 카드사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내보낸 카드론(6조8372억원) 가운데 중금리대출(202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95%에 그친다.
규제가 완화된 이후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발을 빼는 모습은 저축은행업계도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은 최근 해외 송금업무가 가능해졌지만 관련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인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
저축은행들은 그간 법정 최고금리 인하·대출총량 규제 등에 맞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요하다며 해외송금 업무 규제를 풀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해외송금 시장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의 참여로 최근 2년간 급성장하며 저축은행업계도 눈독을 들여온 시장이다. 올 1분기 소액해외송금업자들의 해외송금액은 3억6500만 달러로, 핀테크업계가 본격 영업을 시작한 2017년 4분기(1400만 달러)와 비교해 25배 이상 급증했다.
업계의 요구에 따라 결국 기획재정부가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했고, 지난달부터 자산 1조원 이상인 저축은행 21곳이 해외송금 및 수금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재 해외송금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곳은 웰컴저축은행 1곳뿐이며 나머지 대형사들은 서비스 출시 계획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해외송금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 수수료도 낮아지는 추세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금융권의 '입맛'이 수익성에 따라 변하면서, 결국 금융소비자에게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리에 내몰린 서민들에게 중금리대출을 제공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해외송금 서비스도 제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2금융권에 강한 규제가 적용됐던 게 사실이고, 최근에야 완화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오로지 돈벌이에만 혈안된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해도 당국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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