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칼럼]양안삼지, 일국양제, 대만선거와 미·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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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논설위원
입력 2019-07-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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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진호 논설위원 겸 단국대 교수]

양안삼지(兩岸三地)는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에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을 가리키던 말이다.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된 마카오를 포함해 양안사지(兩岸四地)라고도 불렀다. 즉, 양안(중국과 대만)이 홍콩과 마카오를 통해 간접 교류한다는 것인데, 중국과 대만의 직접 교류인 3통이 2009년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말은 비교적 적게 사용된다.

그러나 대만의 북부와 남부, 홍콩 및 마카오 그리고 중국의 남방경제인 영남(嶺南) 주강일대의 웨강아오 대만구(粵港澳大灣區) 산업물류문화클러스터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그리고 정치와 사회현상이 존재하면서도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만구란 중국 선전을 비롯해 광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둥관, 후이저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 광역 경제권으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웨강아오의 웨(粤)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뜻하는 큰 연안 클러스터(대만구, 大灣區)라는 의미다.

2018년 10월 개통한 홍콩~주하이(광둥성)~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와 광저우와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핵심 교통 인프라다. 원래 이 사업은 홍콩, 마카오, 심천, 주해를 잇는 직선 교차방식의 교통망을 만들려고 했지만, 당시 홍콩의 반대로 심천이 빠지면서 홍콩은 광주와 고속철도로 연결되고 다시 주하이와 홍콩으로 대교로 연결됐다.

즉, 웨강아오는 서로 협력하며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서로 견제와 경쟁을 통한 융합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웨강아오 대만구가 중요한 이유는 이곳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해상출발지이자 해상과 대륙과의 연결점이기 때문이다. 사실, 광둥성 경제발전의 시발점은 홍콩경제의 발전과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맞물려 서로 윈윈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시끄러운 홍콩의 정치사회적 내용을 보면 이곳을 통해 양안삼지의 내용도 볼 수 있다. 현재 홍콩에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하여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의 총영사관이 설치되어 있고 중국 내륙과는 다른 사회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과거 영국이 홍콩을 식민지로 통치하던 시절에는 더 많은 외국의 해외공관이 설치되어 중국과의 교류, 관찰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홍콩을 통해 중국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홍콩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과 문화원, 무역대표부는 일부 그 기능이 변화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대도시들이 대부분 외국과 직접 교류하는 항구를 개방하였기 때문이고, 홍콩의 주인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이유도 있다. 대표적인 변화로 과거 영국식 체제를 유지했던 홍콩의 언론과 교육도 현재는 중국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일국양제는 그 적용이 홍콩과 마카오에서 먼저 시행되고 있지만, 그 원래 목표는 중국이 완전한 통일을 위해 대만에 제시한 통일 방안이다. 중국의 일국양제정책이 홍콩에 미치는 영향은 대만 국내정치와 선거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홍콩의 민주화운동은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과 과거 오랜 기간 집권했던 국민당에도 여러 영향을 미친다. 홍콩에서 중국의 현 정치현상에 반대해 일어난 시민운동은 대만 민진당에 도움을 주며, 홍콩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기반으로 한 일국양제의 성과는 적어도 국민당과 중국의 협상기회를 높여 국민당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미국과도 안보와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대만은 미국이 아시아 전략에서 아주 중시하는 안보요지이다. 이러한 대만이 과거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의 역할로 중국 공산당과 대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대만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며 인도태평양전략을 위해서도 그 지리적 안보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카드를 사용하며 대만을 국가급으로 언급하기도 하며 이곳에 무기 등을 판매하는 것은 중국의 흉금을 자극하는 중국 흔들기이다.

내년 1월 11일 실시될 대만 총통 선거 준비과정에서 홍콩의 반중 시위,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로 대만 내부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집권당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63) 총통은 경제 실정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을 통과하여 대선후보가 되었고, 야당인 국민당 후보 경선에는 폭스콘(富士康)의 모기업 훙하이(鴻海)정밀 궈타이밍(郭台銘·69) 회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한류’를 상징하는 듯 한 한궈위(韓國瑜·60) 가오슝(高雄) 시장이 경쟁하고 있다.

사실 대만은 미·중, 미·대만 관계의 복잡한 함수가 작용하는 지역이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역사적 대립에서 이제는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정서의 대립으로 대결양상이 바뀌고 있지만, 중국과 연계된 대만의 산업과 안보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미국과의 문제가 대만선거에는 항상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대만 국민의 종족적 색채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적으로 양안사지는 복건성 미주섬(湄洲岛)에서 시작된 마조(媽祖)신앙으로 연결되며, 은나라의 후손이라는 중원에서 이사 온 객가(客家, Hakka)족이 두루 퍼져 그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공통점이 되고 있다. 안보냐, 역사문화냐 그리고 경제와 안정이냐는 이 지역들의 공통된 의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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