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석 칼럼] 위기의 한국 경제 ...'신뢰'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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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석 숙명여대 특임교수/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
입력 2019-06-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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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원석 숙명여대 특임교수/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

 

[윤원석 숙명여대 특임교수]


올해 들어 투자 역전현상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올해 1분기의 국내외 직접투자 실적을 보면, 국내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액은 송금기준으로 141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투자유치 실적은 신고기준으로 31억 달러에 그쳤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45% 증가, 35.7% 감소하여 순투자유출은 무려 111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그 추세이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49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6%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144억8000만 달러로 34억3000만원(19.1%) 줄었다. 작년도의 순투자유출은 353억 달러에 달했다. 그간의 투자부분 순유출은 무역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한 경상수지 흑자로 보완해 왔으나 그마저 올해 들어 수출이 지속 감소를 보이며 1분기에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12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더욱이 5월 수출도 9.4% 감소하여 무역수지 흑자폭은 22억7000만 달러에 그쳤으며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실정이다.

업종별 해외직접투자를 보면 지난해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32.9%로 1위를 차지했고,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34.1%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제조업의 해외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4배 늘어 41%로 비중이 확대되었다. 이 중 미국으로의 투자는 41억7000만 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확대로 인해 중국 등으로 우회해 오던 생산기지를 아예 미국으로 옮기거나 미국시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 진출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되지만, 문제는 제조업의 엑소더스로 인해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와 아울러 1분기 국내 설비투자도 작년 동기보다 17.4% 줄었다. 즉, 수출과 투자가 모두 크게 감소하고 있고 내수 또한 회복될 조짐이 안 보이고 있다. 흔히 고용을 창출하는 내수-투자-수출이란 삼두 마차가 동시에 모두 힘을 잃고 있다. 정말 때를 놓치면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전쟁으로 줄서기까지 강요당하는 어려운 형국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 제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기업의 미래준비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보다 해외가 투자하기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는 인건비 등 비용 낮음(39.4%), 경제활력 높음(32.7%), 기업활동에 인센티브 많음(13.35), 규제강도 낮음(11.5%) 등을 꼽았다고 한다. 이미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제에 활력을 넣기 위해 추경 등 확장재정,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완화, 수출활력 제고 대책의 지원 확대, 내수 강화를 위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최저인금 인상속도 조절, 노동·환경 등 규제 완화, 연구·개발(R&D) 확대, 스타트업 육성 등 수 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거나 검토 중에 있다. 심지어 경제를 총괄하는 청와대 인사도 단행했다.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기적으로 재정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도 면밀히 연계하여 미래에 다가올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정책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다행스럽게 극복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지속 번영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는 충분조건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정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축적이다. 미국의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인 ‘트러스트’에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경제발전을 이끈다‘고 했다. 즉,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는 고(高)신뢰 문화의 사회라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구성원들이 상대를 불신하는 저(低)신뢰 문화의 사회는 경제적 번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 또는 그 특정부분에서 신뢰가 정착되었을 때 사회적 자본이 생기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포용적 성장·공정경제라는 여러 경제정책들이 뿌리를 내리고 지지를 받느냐 여부는 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우리나라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회적 덕목과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사회적 불신이 만연할수록 사회적, 나아가 경제적 거래 비용은 증대하고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에서 성공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한국인만이 가진 독특한 DNA와 우리사회에 내재된 사회적 자본이 접목하여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낸 업적들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도 선배들이 쌓아온 전통과 규범, 우리만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단계 높은 신뢰문화의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경제는 경제로만 풀 수 없다. 정부-기업-노동자-국민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번영하는 국가로 갈 것인지, 못사는 나라로 추락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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