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완료했을 때를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진 것, 다시 말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간주할지 결정하는 일이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주제로 진행한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은 여러 국가 정상들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비핵화 과정에서 핵심은 신뢰라며 "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의지를 분명히 확신하도록 하려면 북한이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남북경협을 포함해 한국의 역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며 "(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남북 관계의 증진과 경제협력은 비핵화 협상에도 도움이 된다. 남북 관계 발전은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며 "남북 관계가 좋을 때 북핵 위협이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평화가 곧 경제"라며 "남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할 경우 인구 8000만명의 단일시장이 돼 영국, 프랑스, 이태리보다 더 많으며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거나 특사를 보낼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언제든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의지다. 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러면서 "북미 양국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비록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실패한 회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미 양국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협상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이 다음 단계 협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양국은 70년 넘는 적대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단번에 불신의 바다를 건너기 힘들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그렇게 구축된 신뢰가 다시 대화와 협상의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공고하고 가장 빠른 비핵화의 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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