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 자립 박차 ”모든 분야에서 중국산이 미국산 대체할 것”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수년간 활약하던 미국 데이터베이스 기업 오라클과 IBM은 최근 위기를 맞이했다. 샤오미, 모바이크, 메이퇀뎬핑 등 중국 기업들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업체를 자국 업체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과 IBM을 대체할 업체로는 베이징 소재 스타트업 핑캡(PingCAP)이 낙점됐다. 핑캡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됐지만 벌써 300여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황둥쉬 핑캡 공동창업자는 “오라클과 IBM에 의존하던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데이터베이스 업체를 교체할 줄 몰랐다”며 “그러나 이제 많은 기업들은 ‘플랜B’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나타날 전망이다.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IT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인텔과 퀄컴 등을 대체할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화웨이는 최근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 모델 노바5 시리즈에 자사의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플래그십 7나노 모바일프로세서(AP)인 ‘기린 980’과 ‘기린810’을 장착했다.
알리바바의 인공지능(AI)칩도 올 하반기 내로 출시될 계획이다. AI칩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월 AI 칩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한 바 있다.
싱가포르 투자은행 UOB케이히안의 줄리안판은 “중국은 오랫동안 기술 자립을 염원해 왔기 때문에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곧 바로 모든 영역에서 자국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성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산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알리윈(알리클라우드)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IDC 통계에 따르면 알리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위에서 8위까지 기업(텐센트 클라우드, 차이나텔레콤, AWS, 킹소프트, 유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화웨이)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시아 텃밭을 딛고 구글과 IBM을 앞지르면서 공룡으로 자라나고 있다.
중국 기술자립에 속도가 붙으면서 미국의 대중 압박 ‘무용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WP)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퀄컴과 인텔·ARM 등이 지배하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를 탄생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의 기술 굴기 화력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미국 상무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제한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에 대한 비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이 당장은 중국에 고통을 안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과 산업협회들의 미·중 무역전쟁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일주일간 열린 정부 공청회에서 미국석유협회(API) 수석자문 에런 파딜라는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략을 포기하고 동맹국과 연대를 강화해 중국이 무역관행을 개선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이트 허먼 여행상품협회(TGA) 대관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결정이 활력 넘치는 미국 산업과 수천개 미국 일자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묘사할 시간이 5분 밖에 없다는 건 유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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