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분석 23] KT&G그룹, 비우호적 환경 사업다각화로 타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견다희 기자
입력 2019-06-26 18:3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인구감소 · 담배판매량 감소 · 정부 금연정책 강화

  • 부동산부문,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

[사진=KT&G 제공]

[데일리동방]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15일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산적한 과제가 많다.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담배 제조업체 KT&G의 기원은 조선 후기 1883년 설립된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다. 1952년 전매청으로 개편되고 1987년 4월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매공사로 창립했다. 이후 1989년 4월 한국담배인삼공사로 개칭, 1997년 10월 상법상 주식회사로 개편됐고 2002년 12월 정부지분의 완전 매각으로 민영화되면서 사명을 ㈜케이티앤지로 변경했다. 세계 60여개국에 담배를 수출하고 있는 세계 5위의 담배기업이다.

KT&G는 우수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력한 정부의 금연종합대책, 정부의 외압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의 중심에 있다.

◆ 약점 : 비우호적 사업환경

KT&G가 인구 감소, 담배판매량 감소, 정부의 금연 정책 강화, 경쟁 제품 진출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는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확정했다. 2020년부터 담뱃갑 경고 그림 면적은 30%에서 55%로 확대하고 전자담배 흡연기구에도 경고 그림을 넣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박하향 등 가향 물질 첨가 금지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비가격정책으로서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부착했을 때도 영향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지만 가향 물질 규제는 타격이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전체 시장 중 가향담배 비중은 약 25%인데 그 중 KT&G 비중은 약 70%로 경쟁 업체 대비 높은 편”이라며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영업환경에 비우호적인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CSV 전자담배 쥴(JUUL)이 국내에 출시된 점도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쥴은 편의점에서 매진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항마로 KT&G도 이틀 뒤 릴 베이퍼를 내놓았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가 늦어지면서 점유율을 뺏긴 아픈 경험도 있다. 지난 2017년 세금 문제로 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사이 6개월가량 먼저 나온 아이코스가 시장을 장악했다. 지금도 시장을 되찾아 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G 담배 판매량은 2016년 452억 개비, 2017년 435억 개비, 2018년 404억 개비로 매년 줄고 있다. 영업이익(개별기준)도 2016년 1조3050억원, 2017년 1조2448억원, 2018년 1조44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 강점 : 투명한 지배구조

KT&G는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지배구조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KT&G는 국내 상장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난해(A등급)보다 한 계단 오른 A+등급을 받았다. 이는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상당히 적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A+보다 높은 S등급으로 뽑힌 기업이 없어 사실상 최고 등급인 셈이다.

KT&G는 일찍부터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데 노력했다. 지난 2006년 미국 행동주의펀드 칼 아이칸이 KT&G 경영권을 공격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KT&G는 실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75%(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로 구성하고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도 사외이사 과반으로 운영하는 등 이사회 견제 기능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백복인 사장 선임 이후 KT&G는 매년 배당을 늘려왔다. 주당 현금배당금이 2015년 3400원, 2016년 3600원, 지난해 40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도 주가가 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ESG를 평가하는 68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여파로 코스피수익률(-13.37%)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 10월 주가수익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KT&G를 비롯해 지배구조 등급이 A+로 가장 높은 기업 6곳(SK, SK텔레콤, S-OIL, 포스코, 풀무원)은 지난해 10월 한 달간 보유기간 수익률 평균이 –9.30%였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보다 4.0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춘 KT&G는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위협 : 공기업과 민영기업 사이…관치논란 지속

지난해 말 KT&G는 기재부 전 사무관의 청와대 KT&G 사장 교체 지시 정확 폭로로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새 정권 때마다 수장 교체 위협을 받는다는 관치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기재부 국고국출자관리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 ‘KT&G 관련 동향 보고’ 문건을 보면 구체적 대응방안이 담겨 있는 등 정부가 백복인 사장의 재임을 원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 주주 의결권 대행사 등 우호세력을 확보해 외부인사 CEO 영입 필요성을 설득’하자고 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KT&G 2대 주주인 기업은행(7.53%)을 이용해 움직였다. 기업은행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51%)다.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백 사장 연임을 저지한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백 사장 지지로 사장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의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들여다본 백 사장에 대한 검찰 고발 문제도 금감원을 통해 상당부분 해명된 상태였다. 때문에 기재부의 반박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KT&G는 민영기업 신분이므로 정부기관이 비리 문제 등을 조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백 사장은 2015년 취임한 뒤 연임할 때까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임 직전인 2017년 KT&G 해외 매출은 1조482억원(수출 및 해외법인 연결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에 세운 역대 해외 매출액 9414억원과 비교해 11.34% 증가한 수치다.

국영은행인 기업은행이 호실적을 이끌어가는 경영자의 연임에 대해 금감원장 등이 해명한 '비리 혐의'를 이유로 반대한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 이 같은 정황은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하는 '외압의혹'을 부풀렸다.

정부는 수년간 민영화된 기업들에게 대통령 행사 배제, 기업 또는 개인에 대한 수사와 세무조사 등을 통해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다수의 민영화 기업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한 정치적 외압에 흔들렸다. KT&G도 공기업과 민영기업 사이 외압의 흔들림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기회 : ‘부동산’ 새로운 캐시카우

KT&G가 부동산 사업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수익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

KT&G는 최근 인구 감소와 정부의 금연 확산 정책 등으로 담배 판매량이 저조하자 주력인 담배 외에 인삼과 화장품, 제약,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 중 부동산 사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G의 지난 1분기 부동산 매출은 643억9900만원으로 전년 1분기 144억3000만원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억3900만원에서 278억7300만원으로 전년(49억원)보다 5배가량 늘었다.

이는 지난해 수원 화성 파크푸르지오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 사업을 시작하면서 단 기간에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른 덕분이다. 이곳은 당초 수원 담배공장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한 것으로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 1조3000억원 규모다. 이 외에도 전주, 대구, 안동지역에 위치한 담배공장 부지 위에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을 짓고 분양을 마쳤다.

KT&G는 주택사업 외 호텔과 복합쇼핑몰, 물류단지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타필드 수원에 지분 50%(120억원 규모)를 투자했고, 코람코 유럽코어 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에 185억원을 출자했다. 최근에는 신세계프라퍼티와 함께 동서울터미널 개발사업에도 나섰다.

KT&G는 부동산펀드 투자부터 복합쇼핑몰 등 부동산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 결과 부동산 부문 자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259억원으로 3년 만에 약 90%가량 증가했다.

KT&G 전체 실적과 비교하면 부동산사업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 속도 면에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담배 외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분기 말 기준 46%에 이를 만큼 수익구조도 다변화됐다.

해마다 1조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 있는 KT&G는 부동산 투자자금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담배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담배사업 비중이 높은 KT&G에게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