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됐다는 풍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 등을 역임해 국내 금융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전 부위원장이 물러날 때 이미 낙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풍문처럼 외부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임명될 경우 9년 만에 내부 승진 관행이 깨진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조준희·권선주 전 행장과 현 김 행장까지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선임됐다.
김 행장은 지난해 기업은행의 사상최대 실적을 이끈 공로가 적지 않다. 그러나 김 행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임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주류다.
때문에 기업은행 부행장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현직 행장들도 부행장에서 승진했던 것처럼 현재 부행장 중에 차기 대권을 차지하는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몇몇 부행장들이 차기 행장으로 거론된다.
다만 최근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장 자리를 놓고 너무 빠르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행장의 임기가 상당히 남은 상황에서 때이른 차기 행장 하마평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행장 선임 시기마다 고위 공직자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기업은행장을 보면 그와 무관한 인사들이 낙점됐다. 아울러 행장에 오른 인물들은 이렇게 이른 시기부터 차기 행장 후보로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실제 2016년 말 취임한 김 행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의 영향으로 11월 전까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다 12월에 들어서야 후보로 급부상했다. 2013년 말 취임한 권 전 행장도 12월까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권 전 행장은 당시 기업은행의 계열사인 IBK캐피탈 사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김 행장이나 권 전 행장보다 먼저 주목을 받았던 금융위나 기재부 출신 고위 공직자들은 전부 인사에서 배제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행장의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하마평이 너무 이른 감이 있다"며 "이전에도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 있었지만 결국 내부 출신이 승진했다는 점을 보면 최근 풍문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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