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는 농업 발전을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선진국들은 모두 농업 강국에 속한다.
농업의 가장 기본적 기능인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력과 자본, 토지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산업의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농업에 대한 투자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과 연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미래 농업의 나아갈 방향으로 떠올랐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낮은 부가가치 생산 등 문제점에 직면한 현재 농업의 현실에 대한 해법, 미래 신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스마트팜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생각이었다.
◆"과학 없이는 농업 미래 없어…융합 인재 필요"
-먼저 각자가 가진 스마트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손정익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 스마트팜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작물은 예측이 힘든 이른바 비선형적인 생물이다. 그래서 작물을 산업화 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기술을 통해 극복하고 체계화 시키기 시작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작물의 반응도 정리할 수가 있게 됐다.
▲윤동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 = 산업혁명이 물리학과 화학, 기하학 중심이었다고 한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다. 과거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자연과 협업해야 한다고 했다면, 이제는 작물을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농업은 과학과 더욱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다.
▲명동주 아트팜 대표 = 20년 전부터 시설원예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스마트팜이었다. 농업은 결국 수학과 통계,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됐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농업의 시대를 만들었다.
-농업과 과학이 만났다. 앞으로 농업을 이끌어가는 주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윤 국장 = 최근 해외 농업 포럼을 갔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알고보니 그들 전공은 농업이 아니라 대부분 공학, 생물학이었다.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을 알아야 농업을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같은 융합 인재 육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농업도 알고 기술도 아는 진취적인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명 대표 = 기술과 지식도 중요하지만 결국 농업은 노동과 땅, 생물과 교감이 있어야 한다. 기술을 겸비한 인재도 중요하고 이런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 지금 농업인 가운데 청년은 1%에 불과하다. 농업현장 청년 유입책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팜 확산에 있어 정부와 민간 역할도 중요하다.
▲손 교수 = 현재 정부 정책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진국들도 모두 스마트팜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굵직한 정책들이 기둥을 만들고 정부는 세부적인 계획으로 사이를 채워야 한다. 민간은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농업 기술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와 민간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
▲명 대표 = 지금까지 농업 정책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팜이 흩어져 있던 정책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다. 기존 농업단지와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화를 이루고 협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재 육성에 있어 더욱 실질적인 투자 기회를 마련하고 육성 시킬 필요가 있다.
▲윤 국장 = 정부 역할은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한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모양새지만 이게 '맞다, 틀리다'로 판단할 수는 없다. 정부는 농업 활성화를 위한 추진제 역할이다.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의 최후의 카드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기업과 학교, 연구소가 모두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관련 시장을 만들고 활성화 시키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손 교수 = 사실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와 우리 격차는 매우 컸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이후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동시에 출발했다고 본다.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빠른 정리가 필요하다. 관련 기술과 제품에 대한 표준과 인증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술을 수출하지 못하면 스마트팜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승부를 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명 대표 = 스마트팜 수출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개도국 등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시스템 개발도 결국 사람이다. 전문적인 교육, 융합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만들어야 한다.
▲윤 국장 = 농업분야에서 ICT를 활용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결지을 수 있다. 특히 농업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유지관리를 통한 장기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특화 시키면 수출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 등 이른바 식량 취약 국가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수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과 전문가가 필요하다. 농업 수출은 곧바로 이익을 볼 수 없고, 시장 형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계획"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미래 농업의 거점이 될 것이다.
▲손 교수 = 수경재배가 처음 나왔을 때 이를 두고 미래 농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일반적인 농업의 한 갈래가 됐다. 스마트팜도 결국에는 일반적인 농업의 형태가 될 것이다. 농업에서는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한데 모으는 것이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역할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융합을 위한 곳이다. 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초석이라고도 여겨진다.
▲명 대표 = 실증데이터를 농가에 전달하고, 산학연이 함께 움직이는 곳이 혁신밸리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따로 움직였다. 스마트 농업 성장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숙제는 4곳 혁신밸리를 특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팜 교육을 강화해 청년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윤 국장 = 혁신밸리는 기본적으로 R&D(연구개발)와 인재 양성이 목적이다. 사실 혁신밸리 4곳 규모만 따져보면 매우 작다. 전체 시설 농가의 0.1%도 안 된다. 이는 혁신밸리가 생산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농산업 인재들이 교육하고 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할 것이다. 또 기업과 협력 사례도 혁신밸리에서 만들려고 한다.
-스마트팜을 비롯해 농업 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손 교수 = 네덜란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농업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큰 목표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R&D도 중요하고 기술 산업화도 필요하다.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술 발전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가야 한다.
▲명 대표 = 결국 열쇠는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농업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이를 부분 부분이 아닌 큰 틀로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윤 국장 =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스마트팜을 통해서 우리 농업의 문제점, 해야 할 일들을 발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팜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모두가 힘을 모으면 문제점, 과제들을 풀면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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