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직전 공개된 文 카드...트럼프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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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6-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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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역'이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올랐다. 3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변화 없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익명의 외교부 전 고위공무원은 27일 "문 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카드는 북·미 양쪽에서 비난 받은 기존 입장의 재탕"이라며 "빛 바랜 카드로 미국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협상력을 극대치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제시한 文 '중재안'··· 다시 돌아간 북핵협상 시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후 서울로 이동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 한·미동맹 등 다양한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이 야마모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24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첫 의제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의 대북협상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방한해 28일부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한·미 정상이 논의할 대북 의제를 조율한다.

비건 대표가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중재안'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을 수 있을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어떤 조치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인지 결정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고, 이는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과 연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화된 트럼프··· 설득할 수 있을지 관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중재안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조치로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편향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로 몰고 간 결정적 원인은 '영변 핵시설 폐기 vs 영변+알파'를 주장한 북·미 간 시각차다.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공개한 문 대통령의 중재안이 북한의 입장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가 종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갖고 방한하는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북핵 협상에서 '영변 카드'로 미국을 설득하기는 충분치 않다"며 "북·미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실무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요구하는 5대 경제제재 해제는 사실상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하고, 이를 미국이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미가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낮은 단계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북핵문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교수는 "하노이회담 '노딜'의 가장 큰 원인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주장한 김정은 위원장과 '영변+알파'를 반드시 얻어 가야 하는 트럼트 대통령의 입장 차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번 중재안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의 설득 능력과 미·중 협상이라는 변수에 따라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입지가 달리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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