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 가구의 소득은 1년 전보다 2.5% 줄었다.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태다. 상위 계층과의 소득 격차는 지난해보다 다소 좁혀졌지만 소득 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분기에는 세금, 대출이자 등을 뺀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10년 만에 감소했다.
통계청의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까지 소득 하귀20%(1분위) 소득은 월 125만4700원으로 1년 사이 2.5%가 줄었다.
1분위 가구 소득 감소는 제조업 구조조정, 내수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구 내 취업자의 수는 지난해 1분기 0.67명에서 0.64명으로 줄었다. 근로소득도 40만4400원이 감소했다.
상하위 가구 소득이 모두 감소하면서 빈부격차는 소폭 완화됐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올 1분기 5.80배로, 역대 최대치였던 작년 1분기(5.95배)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분기 5.81배) 수준이다.
번 돈에서 세금과 대출이자 등을 뺀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10년 만에 줄었다. 1분기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374만8000원)은 지난해보다 0.5% 줄어 2009년 3분기(-0.7%) 이후 분기 기준으론 처음 감소했다.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데 올해 들어 세금과 이자비용 같은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내수도 침체됐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부터 5월까지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는 모두 0%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저물가 행진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11월까지 이어졌던 10개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저성장에 저물가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제조업 르네상스를 언급하며 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소득이 늘어나고 경기를 활설화 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미중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출 상황은 나빠졌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최근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는 "우리 경제는 최근 생산은 완만하게 증가했으나,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며 "중국 등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미·중 통상마찰이 확대되는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재부의 그린북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앞서 4월과 5월에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좌담회에서 "경제의 하향화 추세는 적어도 당분간은 막을 수 없다"면서도 "소득주도성장 폐기, 시장 중심의 성장 위주 정책으로의 회귀한다면 내년 후반기에는 개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경기활성화 카드로 정부가 추진 중인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등은 결국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혁신을 통한 생산성 확보, 즉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우리 산업은 기술이 아닌 자본 축적으로 성장했는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혁신성장에 대한 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경기 하락은 7~8년 더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성장 여력이 떨어지는 것은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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