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방북 등 외교활동으로 '세(勢)'를 불리고 친서 교환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김정은은,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또다시 북미대화의 촉진자 역할에 팔걷고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2탄'을 쏘아 붙였다.
직접 나선 것은 아니고, 그의 복심으로 활약해온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인 권정근의 입을 빌어서였다.
권정근은 27일 발표한 담화문(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남한당국자들'을 지목하면서 "저들도 한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고 격하고 경멸적인 비판을 쏟아낸다. 이 발언을 또 한번의 '오지랖 도발'같은 정도로 여기고, 남한을 업신여기는 불량한 태도로만 읽는다면 우리는 또 한번 북한의 '사인'을 놓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권정근 발언을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선 전문을 들여다보자.
"최근 미국이 말로는 북미대화를 운운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우리를 반대하는 적대행위들을 그 어느 때보다 가증스럽게 감행하고 있다. 미국이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합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댄다고 하여 북미대화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이미 역사적인 시정연설에서 천명하신 바와 같이 북미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이다.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자세가 제대로 돼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지금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있을 작정이라면 시간이 충분할지는 몰라도 결과물을 내기 위해 움직이자면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가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들이 북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하는 남한 당국자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지금 남한 당국자들은 저들도 한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 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돌리고 있다.
북미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북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한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북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북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북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인만큼 남한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남한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남한 당국의 제 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19년 6월27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권정근
<제3편으로 계속>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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