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③]김정은의 '국제무대 싸움닭' 권정근은 어떤 인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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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6-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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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북한 주 유엔 대표부 김성참사와 권정근참사(오른쪽).]




# 권정근은 누구(1) - '김정은 유엔 형사재판소 회부' 막은 사람


외무성 미국국장 권정근은 어떤 인물인가. 그의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2014년 10월22일 뉴욕 본부에서였다.

당시 유엔총회는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국제 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로 결의했고, 그 결의안을 안보리에 보낸다. 인권, 사회,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유엔 제3위원회는 이 결의안을 심사했는데, 이 때 주 유엔 북한대표부 참사관이었던 김성과 권정근이 활약을 펼친다. 쿠바대표부를 설득하여 김정은 건을 삭제한 개정안을 내도록 작업을 한 것이다. 쿠바 개정안은 표결에 올라갔지만 채택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동맹 국가들이 총회 표결에 기권하는 '성과'를 얻었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이 문제가 논의됐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는 불발됐다. 김성 참사관은 2011년에 부임하여, 북한 인권 문제 압박이 거세지던 2015년에 교체된다. 권정근 참사관은 2014년에 부임하여 2016년께까지 근무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권정근은 김정은위원장이 국제적인 ‘곤경’에 처할 위기에서 공세적인 방어로 임무를 잘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은 듯 하다.

2018년 11월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대북 경제제재는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는 소리를 했다. 그때 북한에서는 권정근이 등장해 되받아친다.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었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어떤 태도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하면 지난 4월 채택한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추가돼 ‘병진’이란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병진’이란 핵과 경제를 함께 주력하는 노선을 의미한다. 즉 핵개발에 다시 나서겠다는 소리였다. 상당히 위험한 수위의 발언이었지만, ‘연구소장’ 직위의 대응인지라, 별로 논란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가 북한 대미외교의 실무책임자인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라는 사실은 우연히 알려졌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27일)을 앞두고 있던 2월 14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행사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개한 북측 참석자 중에 권정근이 있었다. 이때 새로운 직함(미국담당 국장)이 붙어있었다. 미국담당 국장은 최선희가 외무상 부상에 오르기 전에 맡았던 직책이기도 하다.

# 권정근은 누구(2) "김정은 독재자"라 말한 폼페이오 갈아치워라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두 달 뒤인 4월에 그는 다시 폼페이오 장관과 맞붙는다. 북미 비핵화협상의 미국측 실무 총책임자였던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독재자로 지칭하자, 권정근이 나서서 협상 총책임자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 상대로 나서기를 바란다.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 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곤 했다.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

권정근은 이날 “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가 여전히 좋고, 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점을 거듭 강조해온 것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권정근이 폼페이오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세계가 그를 기억하게 만든 뉴스였다.  (제4편으로 계속)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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