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5분께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와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북측 판문각에서 걸어 내려와 군사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하고 짧은 악수와 대화를 건넸다.
이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기서 한 발짝만 넘으면 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귀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북·미 양국 정상은 판문각 앞 자갈밭 끝까지 약 열여섯 걸음을 이동해 기념 촬영을 한 후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복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고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한 취재진이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후 3시51분께 자유의 집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이 두 정상에게 다가가 김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며 남·북·미 3국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북·미 정상은 또 3시55분께 자유의 집으로 이동, 53분가량 단독 회담하며 사실상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회담 후 자유의 집에서 웃는 얼굴로 나온 양국 정상은 문 대통령과 만나 함께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한·미 정상은 김 위원장을 배웅하고 자유의 집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밝히며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양국 실무진이 조만간 실무협상을 진행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앞서 2시45분께 DMZ 내 오울렛 초소(OP)에 도착, DMZ를 15분간 시찰했다.
이날 현장에서 미군 측은 두 정상에게 DMZ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유해 발굴 작업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위험했었는데, 우리 정상회담 이후 위험이 사라지고 안전해졌다고 한다"며 "거대한 차이가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에는 엄청난 분쟁이 있었는데, 이후 평화에 대해 많은 성취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DMZ 내 미군 부대인 캠프보니파스의 장병 식당을 찾은 문 대통령은 한·미 장병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최전선에 있는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비무장지대를 함께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과 관련, "한국자본과 기술이 들어가서 남북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이) 전방 부대를 개성공단 북쪽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저와 김 위원장은 좋은 케미스트리(조합)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저와 김 위원장 사이에 많은 분노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이가 좋아졌다"며 DMZ에서의 북·미 정상 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앞서 한·미 정상은 전날인 29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를 떠나 한국에 도착한 직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80여분간 친교 만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환영 만찬에는 아이돌그룹 '엑소'와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 국가대표 감독인 박세리씨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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