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홍콩 시위대가 꺼낸 '영국령 홍콩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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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7-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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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홍콩에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완전 철회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임을 촉구하는 반(反)정부 시위대의 무력시위로 홍콩 입법회 사상 최초의 ‘적색경보’가 발령됐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대는 무력을 앞세워 입법회 건물 내부로 진입하고 의사당을 점거하고, 영국 식민지 지배 시절 사용했던 ‘영국령 홍콩기’를 내걸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홍콩 시위대가 ‘영국령 홍콩기’를 꺼낸 것과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중앙정부의 강압적 통치를 거부하고 과거 영국이 보장했던 자치를 요구하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홍콩 시위대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중국에 반환된 현재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을 더 선호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왜 영국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할까.

홍콩은 1841년부터 1997년까지 156년 동안 ‘영국령 홍콩’으로 영국의 식민지였다. 1839년 발발한 제1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중국군에 의해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됐다. 하지만 식민지 통치 기간 홍콩은 영국 민주주의 사고방식의 안착, 무역 발전 등으로 문화적·경제적 성장을 이루며 ‘아시아의 진주’로 떠올랐다.

물론 식민정부와의 대립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영국의 지배로 인해 홍콩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자본주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홍콩 내에선 영국을 ‘침략자’가 아닌 ‘보호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영국,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계획하는 홍콩 시민들이 다수 등장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1984년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허용)’ 정신을 담은 홍콩반환협정을 영국과 맺고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하나의 국가인 ‘일국’만 강조하면서 결국 최근 무력시위로 이어졌다.

홍콩 전체 인구 748만명 중 25%에 달하는 200만명이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오고, 이들이 주권이 박탈됐던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통제 속에 ‘홍콩 주권 반환’ 자축만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 이런 중국의 모습이 홍콩 시위대가 ‘영국령 홍콩기’를 꺼낸 이유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1일 홍콩 입법회 의사당 연단에 걸린 '영국령 홍콩기'.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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