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기원전 '관중'도 말릴 금소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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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7-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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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애덤 스미스(1729~1790)는 세계 최초 경제학자로 꼽힌다. 그가 펴낸 '국부론'도 마찬가지로 첫 경제학서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초 경제학자에 대한 정의를 '경제에 대하여 처음 얘기했고, 그 얘기가 지금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사람'으로 바꾸면 어떨까. 애덤 스미스보다 앞서는 경제학자도 꽤 많을 것이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기원전 7세기 중국 제나라에서 재상을 지낸 관중이다. 사자성어 '관포지교'로도 유명한 관중은 그 당시 이미 근대 경제학자 못지않은 경제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후세에 그를 기리며 썼다는 '관자'에 따르면, 관중은 소극적인 세금정책을 옹호했다. 농산물에 세금을 많이 매기면 농사를 열심히 짓지 않고, 인두세를 많이 거두면 출산율을 떨어뜨려 경제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관중은 지속적으로 키워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세금을 덜 물리라고 했다. 그래서 어려워지는 재정은 소금을 독점 판매해 메우라는 대안도 내놓았다.

지금도 그대로 들어맞는 얘기다.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원칙적으로는 소득 수준이 높거나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더 무겁게 물리는 정책을 옹호한다. 그렇지만 금소세 개편은 강하게 반대한다. 분배효과는 작은 대신 부작용은 크다.

정부는 2013년 금소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렸다. 당시 자본시장에서는 걱정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 배당소득을 목적으로 주식에 장기 투자돼 있던 자금이 세금을 피해 빠져나갔다. 장기 투자자에 한해 배당소득세를 가볍게 물리던 혜택마저 사라지는 바람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기업가치는 당시보다 훨씬 커졌지만, 주가는 거의 제자리걸음해왔다.

돈은 주식시장에서 나와 어디로 갔을까. 당연히 금소세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다. 먼저 뭉칫돈이 브라질 채권으로 이동했다. 지금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높았고, 토빈세(국경을 넘나드는 단기외환거래에 부과)까지 물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브라질 채권으로 얻는 높은 이자소득이 금소세 합산 대상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소세를 피한 자금도 추락하는 브라질 헤알화 환율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헤알화 환율이 2013년부터 지금까지 500원대에서 300원대로 떨어지는 바람에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돈은 부동산으로도 움직였다. 주택임대소득은 이자나 배당보다 세금 면에서 유리(필요경비 인정)하다. 이런 불균형이 우리 국부 가운데 80% 이상을 부동산에 몰아넣는 기형을 만든 것이다. 부동산뿐 아니라 보험권으로도 돈은 이동했다. 보험사 장기상품은 비과세 혜택을 많이 준다. 이런 장기상품은 안전자산인 국공채 위주로만 투자한다. 돈이 모험자본을 대주는 자본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면 경제에도 이롭지 않다.

세금을 금융소득에 더 물릴 때가 아니다. 도리어 더 많은 중산층이 금융소득을 불릴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배당을 목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자금이 줄면 경제를 키울 수도,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 관중도 금소세 개편을 말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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