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北 감싸안고 이란엔 최대압박...'야누스' 트럼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언 기자
입력 2019-07-02 16: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북·미처럼 극적 반전없이 정면충돌 가속화

  • 美, 이란에 '백기투항' 요구…양국 대화 계기·환경 사실상 전무

  • IAEA, "이란,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초과"

북한과 이란을 두고 미국의 상반된 접근법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교착됐던 북미 관계가 지난달 30일 극적인 '판문점 회동'으로 반전을 맞은 것과 달리 미국과 이란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정면충돌을 향해 가속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감싸안고 이란과는 대척점에 선 모양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일(현지시간) 이란이 핵 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LEU)의 저장 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 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2015년 7월 미국 등 5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독일과 이룬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지켜온 의무(핵 프로그램 감축·동결)를 처음으로 어긴 것이 된다.

앞서 이란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핵 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된 지난달 8일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60일(7월6일) 안으로 유럽이 이란과 정상적으로 교역(원유수입)하지 않으면 합의를 조금 더 이행하지 않는 2단계 조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핵무기 개발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우라늄 농축도 상향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미국은 오만해 유조선 피격(5월12일, 6월13일), 미군 무인 정찰기 격추(6월20일) 사건의 배후로 이란으로 특정했다. 이후 고삐를 늦추지 않고 핵합의 이전 수준으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고 수차례 추가 제재를 부과 중이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뿐 아니라 지난달 항공모함 전단, 폭격기 편대를 걸프 해역에 배치하면서 군사적 긴장국면도 조성하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최강 전력으로 불리는 F22 랩터의 중동지역 배치를 미군 홈페이지 게재를 통해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은 동시에 이란에 협상장으로 나오라고 제안하지만 핵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개발 사실상 포기, 역내 무장조직 지원 중단, 이스라엘 위협 중단 등 어려운 선행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6일 미국의 대화 제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사실상 이란을 와해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압박으로 성공 못하자 대화로 이란의 무장해제를 노리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증오스럽고 악의적인 정부(미국)는 매일매일 명예로운 이란을 모욕한다. 이란은 그런 추악한 행태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일만한 어떤 정치적 변수나 양국 지도부의 의지, 주변국의 적극적 움직임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이란 남부에서 국지전이나 이라크, 시리아에서 상대방과 관련된 군사 자원을 공격하는 군사 행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오만, 카타르, 이라크 등이 중재자로 나섰다고는 하지만 이란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이해관계 속에서 '해빙'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군사충돌 우려를 뒷받침한다.

북한을 바라보는 백악관 참모진은 그간 강·온 성격이 있었던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일치된 적대가 워낙 큰 데다 내·외부에서도 한결같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지난달 앞서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 명단에 올리면서 이란 정부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부정하자 이란에서도 이번에는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재선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는 해결하고 이란에는 적대적 압박을 강화하는 게 득표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미국이 내건 대화의 조건은 이란에 '백기 투항'하라는 굴욕적 요구여서 이란이 이에 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한 북한과는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대화 제스처를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강제 수단을 동원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원천봉쇄하기로 방향을 정한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지난달 30일 CNN과 한 인터뷰에서 "모든 혼란은 미국 탓“이라며 ”우리는 이미 8년간 이라크와 전쟁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도 충분히 미국의 압박을 이기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란은 이번 긴장국면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버텨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또한 1일 스테파니 그리샴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이 핵무기들을 개발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지도자들이 그들의 행동 방침을 바꿀 때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사진=A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